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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pr 30. 2024

프랑스음식 대 이탈리아음식

대불제국 와인으로 한 달 살기


프랑스 식민지였던 모로코와 튀니지에서 20일 그리고 11박12일의 프랑스 소도시 기행 동안 프랑스 와인을 실컷 만끽하고 왔다. 모로코와 튀니지를 거쳐 프랑스에 들어왔을 때 혀가 바로 반응했다. 와인맛이 훨씬 안정적이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 왔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메인 여행지인 옥시타니지방은 와인 주산지는 아니다. 그래도 카르카손은 스파클링와인의 탄생지이고 까호는 말벡의 고향이고 꼬냑과 함께 프랑스 양대 브랜디인 알마냑이 이 지역이다(까쇼의 탄생지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건 보르도 쪽인 것 같고). 일정 동안 옥시타니 지방의 지역구 와인들을 원 없이 즐겼다.  



'와인기행'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는 없는 지역이지만 와인에 대해 이 생각 저 생각해보게 되는 여행이었다. 지난해부터 인연을 맺은 마리옹의 와이너리 행사에 초대되어 가보았는데 소규모 와이너리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를 유치해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와이너리를 취향의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주로 30유로 안팎의 와인을, 일반 음식점에서는 20유로 안팎의 와인을, 마트에서는 10유로 안팎의 와인을 주로 사 마셨는데, 가장 맛있었던 와인은 재래시장(마르쉐)에서 해산물 먹을 때 사마신 7유로짜리 화이트와인이었다. 마지막날만 와인 초장집 스타일의 레스토랑에서 50유로 안팍의 와인을 마셨다.



프랑스 와인, 그중에서도 외국에 수출될 일이 별로 없는 로컬 와인은 평점이 '짠당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다로운 프랑스 사람들만 별점을 주기 때문인 듯. 큰 마트에서 와인 라벨을 두루 찍어보았는데 비비노 평점 4.0을 넘기는 와인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3.5 넘는 로컬와인들의 맛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술과 음식 문화는 싱크 한다. 이탈리아 와인이 품종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경향이 강하다면 프랑스는 블랜딩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맛으로 몰아가는 것을 잘하는 것 같다. 프랑스는 품종을 보고 고르지 않아도, 생산자가 알아서 잘 블랜딩 해주겠지 간주하고 고르면 되는 듯.  



프랑스음식은 한국음식, 이탈리아음식은 일본음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비교할 수 있다고 본다. 프랑스음식이 소스에 집중하는 것만큼 한국음식도 양념에 집중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스파게티의 알덴테를 살려 면 고유의 맛을 즐기듯이 일본 사람들도 소바 본연의 맛을 즐긴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메밀국수에 대한 접근법을 비교해 보면 음식에 대한 마인드 차이를 볼 수 있다. 한국은 메밀국수 양념맛으로 음식점 간의 차이를 보지만, 일본은 소스는 스탠다드하게 쓰면서 면의 차이로 구분한다.


시험범위를 좀더 줄여보면 양념맛을 중요시하는 전라도음식를 프랑스음식에, 원재료의 맛을 잘 살리는 경상도음식을 이탈리아음식에 빗댈 수 있을 것 같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양념맛에 좌우되지만 경상도를 대표하는 음식은 재료의 신선도에 좌우된다(매운탕을 좋아하는 전라도 vs 지리를 좋아하는 경상도)



소스를 중시한다는 것은 셰프마다 나만의 소스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음식점을 고를 때는 사진의 소스에 주목한다. 다양한 소스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이 대체로 맛있다. 그만큼 소스에 통달했다는 얘기니까.


소스를 커스터마이징 하는 것은 프랑스 와인의 블랜딩 문화와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경험한 것은 프랑스 남자들은 나만의 칵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칵테일은 그때그때 섞는 칵테일이 아니다. 미리 섞어서 병에 넣어두는 칵테일이다. 그렇게 만들어 둔 나만의 칵테일을 식후 디저트주로 활용했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쌍브로도뜨 스타일)의 남주인은 드라이한 칵테일과 스위트한 칵테일 두 가지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나의 '럼미자'와 '복미자'가 생각났다.  



프랑스는 좋은 소비자가 좋은 생산자가 된다는 것의 좋은 전범인 것  같다. 프랑스음식의 발전 비결은 프랑스인들의 미식 성향과 좋은 음식에 대한 지불의사인 것 같고. ‘스몰 럭셔리 모드’로 설정된 이번 프랑스 소도시기행을 위해 저녁 정찬 비용을 여유있게 설정해 두고, 미슐랭 식당도 두루 활용하면서 미식기행 & 와인기행을 즐겼다.


프랑스인과 한국인의 특징을 비교하면 이렇다. 한국인을 놀 때 가장 열심히 노는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프랑스인은 노는 준비를 가장 열심히 하는 민족이다. 과정을 즐기는 것에는 프랑스인만 한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프랑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을 즐겨보기 위해 고성 숙소(사또)와 옛마을 그리고 옥시타니 지방에 관한 책을 각 한 권씩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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