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남프랑스 소도시기행'을 계기로 프랑스 시골 레스토랑에서 와인 주문하는 방법을 재정리해 보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에 대한 지식은 프랑스 촌구석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 와인들은 그 레스토랑에 없을 테니까. 남프랑스 소도시/소읍의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지역(좁은 범위/넓은 범위) 와인을 구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략 다음의 과정을 통해 와인을 주문했다. 보통 프랑스 레스토랑은 음식 주문을 받기 전에 음료 주문을 받는다. 음료 메뉴판을 받으면 대충 훑어보고, 특히 가격대를 체크하고 소믈리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와인을 주문하곤 했다. 와인에 대해서 물었을 때 프랑스 사람처럼 신나 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 우리는 이러이러한 음식을 먹을 것이다. 여기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달라.
/ 음식 역시 그 지역 특산물과 관련된 음식을 추천받으면 좋다. 어차피 그런 곳에 구비된 와인은 수출까지 되어서 내가 한국에서 마실 수 있는 와인이 아니다. 다시 맛볼 음식과 와인을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우리들의 와인 취향은 대략 이렇다. 여기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 달라.
/ 보통 한국 아재들은 스위트한 게 아니라 드라이한 와인을, 바디감이 가벼운 것보다는 무거운 것, 타닌이 강한 것을 선호한다. 이 정도 정보를 주면 대체로 무난한 와인을 마실 수 있다.
@ 우리 인원이 총 몇 명인데, 오늘 몇 병 정도를 마실 것 같다. 와인 가격대는 이러이러한 정도로 추천해 달라.
/ 음료 메뉴를 보고 미리 슬쩍 와인 가격대를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현지 와인에 대해서 잘 모르면 통상적으로 ‘Second Cheapest Wine’을 시키는데 그것보다는 나은 방법인 듯.
@ 되도록이면 이 지방 와인으로 추천해 달라? 혹시 이 레스토랑(호텔)이 와이너리를 가지고 있나? 그 와인은 어떤 특성이 있는가?
/ 이를테면, 까호는 아르헨티나 말벡의 원산지로 알려진 곳이어서 그에 해당하는 와인을 시켜 마셨다. 샴페인은 돔 페리뇽이 아니라 카르카손 근처의 수도원에서 개발했다고 해서 거기서는 샴페인을 주로 마셨다.
@ 이 중에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무엇인가? 이 레스토랑 와인 중 가장 비싼 와인은 어떤 특성이 있는가?
/ 보통은 소믈리에가 미는 와인이 있다. 소믈리에가 가장 할 말이 많은 와인인 셈인데, 시키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에게 추천한 와인과 궁합이 좋은 음식이 있는가? 추천해 줄 만한 것이 있다면 주문해 보고 싶다.
/ 프랑스 레스토랑은 다음 코스 진행을 위해 그릇을 심하게 빨리 치우는 경향이 있어서 이렇게 세 메뉴를 주문해서 느긋하게 술을 마실 수 있다.
@ 이 와인 맛있는데 한두 병 사가려고 한다. 판매 가격은 얼마인가?
/ 보통 레스토랑 판매가격보다 10유로 정도 저렴하다. 한두 병 사가서 저녁에 복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이 권한 와인에 반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믈리에도 기뻐한다.
@ 혹시 이 와인 만든 와이너리가 여기서 가깝나? 한 번 가볼 수 있나? 혹시 와이너리 주인이 아는 사람이면 소개 좀 해달라.
/ 실제로 와이너리 소개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지인이 운영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와이너리까지의 시간거리 같은 세세한 정보까지 알려준다.
주) 주변에 술에 진심인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스스로 술에 진심이 아닌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와인 주문 방식에 잘못된 부분이나, 고쳐야 할 부분 혹은 보완할 부분이 보이시면 가차 없이 지적질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