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본고장의 와인 선택법
정작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가면 마실 수 없는 와인이 보르도와 부르고뉴 그리고 토스카나와 피에몬테 와인이다. 대도시나 관광도시가 아닌 소도시 기행을 하다 보면 특히 그렇다.
마트에 가도 마찬가지다(중대형마트 말고 로컬의 소형 마트). 그 지역 와인이 80% 정도의 라인업을 차지하고 있다. 유명 와인지역의 와인을 구하려면 큰 와인숍이나 파인다이닝 정도는 가 주어야 한다. 우리도 지역에 가면 장수막걸리가 아니라 그 지역 막걸리를 마시려고 하는데 비슷한 양상이다.
중국의 차문화도 비슷하다. 중국엔 다양한 차가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차만 마신다. 왜 다른 지역의 차는 취급을 안 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니까. 중국에서 차는 보이차나 대홍포가 아니라 ‘그 지역 차’다.
조금 더 나아가면 한국에서는 보이차와 자사호가 당연한 조합이지만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보이차 지역(운남)에서는 자사호를 사용하지 않고 차를 마시는 사람이 많고 자사호 지역(이싱)에서는 보이차가 아니라 그 지역 홍차를 마신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보이차와 자사호가 공식처럼 되어 있다. 형식주의에 함몰된 모습인데 이런 양상은 변방의 속성이다. 차문화의 변방인 일본이 당송시대 차문화(말차 방식)를 여태껏 고수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 지역 차’를 몰라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행태도 있다. 대만차인 ‘동방미인’을 중국 내륙 여행을 하면서 기념품으로 사 오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마셨던, 나를 즐겁게 해 주었던 차가 아닌, 그럴듯하게 포장된 차를 찾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돌로미테 트레킹과 시르미오네 휴양에서 이탈리아 트렌티노(알토알티제)와 베네토 지역 와인을 두루 즐겼다. 마침 이탈리아 와인 마니아인 친구가 여행에 참여해서 더 적극적으로 마시며 다녔는데 굳이 토스카나와 피에몬테 와인을 찾을 이유가 없었다. 입에 맞아 다음에 왔을 때 챙겨 마실 와인도 기억해 놓았다.
이번에는 일정이 타이트해서 근처 와이너리에 가보지 않았지만 남프랑스 기행 때는 매년 찾아가는 기념품숍 아주머니네 와이너리의 전시회 오픈식에 초대받아 찾아가 보기도 했다. 올가을 남프랑스 기행 때는 와이너리 샤토를 숙소로 활용하고 와이너리의 미슐랭 식당을 적극 이용해 볼 생각이다.
헝가리의 예게르와 토카이의 숙소에는 자신들의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을 구비해 놓는다. 대체로 와인으로 이름난 지역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내고 평균적인 가격대가 있어 마셔볼 만하다. 헝가리 숙소의 와인 역시 만족스러웠다.
와인은 소통의 씨앗이다. 와인에 대한 질문은 대부분 친절로 돌아온다. 조지아 기행에 와이너리 식사와 숙박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 크베브리 와인을 직접 경험하는 곳이 조지아를 더 깊숙이 들여다보는 길이기 때문이다.
와인에 진심인 사람은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와인에 진심이 아니라 사람에 진심인 여행감독에게 적합한 방식이다. 다음 여행에서는 와인 소통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