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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May 08. 2024

프랑스 시골 숙소 안에 깃든 파리

프랑스 숙소에는 지뜨, 샹브로도뜨, 샤또 등이 있다

 


뭐지 저 수제비 반죽은? 설마 우리 보고 먹으라는 건가? 진짜 퍼주네? 오 마이 갓 이게 요리야? 그 요리의 이름은 ‘알리고’였다.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 주문하지 마라고 ‘알리고’ 싶은 요리였다. 삶은 감자를 으깨 치즈와 반죽한 것.


안주인은 우리에게 그 치즈감자 반죽을 너무나도 후하게 퍼 주었다. 일행 모두가 덤벼도 비우기 힘들 만큼의 양을 각 1인에게 주었다. 아무도 그 치즈감자 반죽을 다 먹지 못했다. 함께 준 소시송 역시 너무 커서 마무리할 수 없었다.



또 당했네 또 당했어! 2023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바깥주인이 해준 요리였다. 그는 콩을 어머어마하게 삶아서 살짝 으깬 다음 내왔다. 역시나 먹어도 먹어도 콩밭이었다. 우리 속도 모르고 주인장은 콩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이어가다 그 콩을 키운 친구의 인품까지 알려주었다. 오 마이 TMI.


세상엔 한 번도 안 먹어본 음식과 한 번만 먹어보면 되는 음식이 있는데 둘 다 후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랑스 소도시 기행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두 숙소를 추천할 것이다. 그 요리를 내놓으며 너무나 자신감에 차 있던 그들처럼 나도 뻔뻔하게.



2023년 남프랑스 소도시 기행 때 이용한 숙소는 지뜨(gite)였다. 우리로 치면 민박에 해당하는 소박한 숙소다. 가격이 저렴해서 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2024년 남프랑스 소도시 기행 때 이용한 숙소는 샹브르도뜨(Chambre d’hote)였다. 우리로 치면 펜션에 해당하는 숙소다. 프랑스인들이 단기간 국내 여행을 할 때, 특히 가족여행을 할 때 주로 활용하는 숙소다.



지뜨와 샹브로도뜨는 소통이 있는 숙박이라 특히 좋았다. 글쎄, 아시안 그룹에 대해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지만(중국인이 아니라 다행이야?), 손님을 환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프로페셔널했다.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들었다.


이번에 이용한 샹브로도뜨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았다. 단체숙소에 호텔이 아닌 곳을 이용하면 리스크가 크다. 사진은 그럴듯한데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걱정이 많았는데 참가자들 대부분 만족했다.



그 숙소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파리를 프랑스 산골에 옮겨 놓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파리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주인장(프랑수아)은 코로나19 때 가진 돈을 털어 그 저택을 구매한 뒤 리모델링 했다고 했다.


샹브로도뜨에 대한 법적 규정을 보니 룸이 5개 이하여야 한다고 했다. 양적 승부가 안 되니 결국 퀄리티로 승부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구현해 내야 하는데, 이번에 이용한 곳과 답사한 곳들은 모두 이를 만족하는 공간이었다.  



2025년 남프랑스 소도시 기행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샤또(Chateau), 즉 성을 개조한 숙소를 활용해 보려고 한다. 일정 앞쪽엔 샹브로도뜨를, 뒤쪽엔 샤또를. 그리고 일주일 정도 더 머물고 올 사람에게는 지뜨를 소개해 주고 오고.


카스트레의 서점에 들렀을 때 프랑스 전역의 특별한 샤또를 소개하는 책과 아름다운 샹브로뜨가 있는 빌리지에 관한 책을 각 1권씩 사 왔다. 내년 남프랑스 소도시기행을 기획하는데 참고하려고.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지뜨/샹브로도뜨/샤또는 프랑스 숙소의 세계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묵을 곳까지 두루 답사하고 왔다. 그들을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


리모델링이 필요한 우리의 펜션과 민박에 프랑스의 샹브로도뜨나 지뜨 그리고 지방 유휴 시설을 재개발할 때 샤또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주)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여행클럽의 여행이야기입니다. 관심있는 분은 트래블러스랩의 네이버카페에서 다른 여행에 대해 더 알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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