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열 여행감독 Jun 20. 2024

어른을 위한 유럽 도시 여행법

낯선 도시에서는 낯섦을 즐기는 게 최고다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여행을 진행하면서 경유지에서 되도록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다. 지난 여행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둔 여행을 점검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도시를 유유자적 산책한다. 본 여행이 있기 때문에 경유지에서 힘을 뺄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로운 도시에 오면 여행자의 의욕은 넘치는 법, 그때 합의를 보기 위한 나만의 유럽 도시 여행법을 정리해 보았다.


여행가마다 도시를 여행할 때 가져가는 각자의 관점이 있다. 김훈은 조선왕조실록을 검증하고 유시민은 서양사 해설서를 써간다. 나는 좀 잡스럽게 보는 편인데, 이번에 겸사겸사 정리해 보았다. 도시를 소요하며 수박 겉핥기를 할 때 핥아 내려가는 선은 대략 이렇다. 유럽의 도시는 다 다르지만 또한 비슷하다. 중앙역-대성당-성과/성곽-시청과 광장을 연결하는 중심부를 걸으면 아래 열 가지를 만날 수 있다.



@ 대성당(중앙교회)에는 도시의 서사가 있다.

누가 언제 왜… 대성당 건축/개축의 육하원칙을 따라가 보면 도시의 역사를 대충 훑을 수 있다.


@ 광장에는 과거의 영웅이 있다.

문과 영웅인가, 무과 영웅인가, 무과면 공격 영웅인가 수비 영웅인가, 문과면 왕인가 아닌가, 사상가인가 예술사인가.


@ 공원에는 가슴에 담는 사람이 있다.

광장에 영웅 동상이 있다면 공원엔 그 도시 사람들이 가슴에 담는 사람이 있다. 그 도시 사람들이 삶에서 무엇을 중시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 중앙역에는 가장 분주한 삶이 있다.

어느 도시든 중앙역이 가장 분주하다. 중앙역 주변에는 분주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일상이 편재되어 있다. 그 도시의 삶을 요약 정리해 준다.


@ 성벽에는 고난의 무늬가 있다.

성과 성벽에는 그 도시가 겪은 시련의 역사가 있다. 성벽을 걸어보는 일은 도시의 역사를 조용히 더듬는 일이다.


@ 강가에는(혹은 호수에는) 여가의 깊이가 있다.

공원도 마찬가지지만 일상과 여가의 비율을 어림 짐작 해볼 수 있다.


@ 뉴스 가판대에는 소문의 밥상이 있다.

모르는 언어라도 상관없다. 대충 들여다보면 그 도시 사람들이 무엇을 소문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 쇼핑가에는 도시가 도달한 사치의 경지가 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듯 밀라노의 스타일도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다. 사치의 경지도 나름 재미있다.


@ 시장과 마트에는 일상의 행복이 있다.

시장과 마트를 돌아보면 그 도시 사람들의 밥상을 상상할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의 혀끝을 행복하게 하는지 맛볼 수 있다.


@ 클럽에는 타락의 온도가 있다.

도시는 다양한 방식으로 타락한다. 그 도시가 타락하는 방식을 들여다보면 그 도시 사람들의 인격을 들여다볼 수 있다.



유럽의 도시는 대부분 구도심이 형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구도심은 도보로 돌아볼 수 있다. 그 도시에 관한 한국인 유튜브와 외국인 유튜브 한 편씩 보면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곳이 있고 마이리얼트립이나 해외 가이드 프로그램 검색하면 대충의 동선이 그려진다. 이를 염두에 두고 가뿐하게 방황하면 유럽 도시여행은 무난히 진행할 수 있다. 일부러 특정 스팟에서 사진 찍고 특정 맛집에 줄 서느라 시간 낭비 하지 않고 의미있고 재미있고 가치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