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의 여왕으로 꼽는 곳이 이탈리아 돌로미테다. 해외 트레킹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로’로 꼽는 곳이 바로 돌로미테다. 히말라야, 알프스, 천산산맥, 요세미티, 코카서스 등등 나도 제법 많은 곳의 트레킹을 경험했는데, 이 말에 동의한다.
돌로미테 트레킹은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의 시그니쳐 트레킹이다. 원하는 멤버들이 많아서 봄/가을 두 번 진행한다. 여행기획이란 결국 데려다 놓는 일인데, 데려다 놓으면 다 해주는 곳이 바로 돌로미테다.
그럼 돌로미테 트레킹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그다음에 제시할 수 있는 곳은? 그동안 주었던 답은 알프스 트레킹(몽블랑, 마터호른, 융프라후), 히말라야 트레킹(안나푸르나, 랑탕, 마차푸차레/마르디히말) 정도다. 노르웨이(로포텐제도) 뉴질랜드(밀프드) 그리고 파타고니아도 곧 답사하고 제시하려고 하고.
여기에 제시할 답이 하나 더 늘었다. 바로 아이슬란드다. 이맘때의 아이슬란드는 걷는 자에게 최고의 행복감을 선사할 수 있는 곳이다. 간헐천으로 알려진 게이시르에서 이 생각을 얼핏 해보았고 오늘 이사피오르드를 걸으며 이 생각을 굳혔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인데,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아이슬란드 트레킹도 비슷한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황량한데, 가까이서 보면 너무나 아름답다. 그저 황량한 곳일 줄 알았는데 식생이 너무나 다채롭다.
아이슬란드는 트레킹의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할 수 있는 곳이다. 이사피오르드 트레킹은 부두에서 만의 중심부로 에둘러 가는 길 만으로도 충분했다. 멀리 있는 설산이 바다 반대쪽에 있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여 몽환적이다.
피오르드를 따라 언덕의 옆 사면을 따라 걷는 길인데 밸리 지형을 걷는 랑탕트레킹과 유사했다. 랑탕에서는 간혹 계곡이 보일 정도였지만 피오르드 사이의 바다를 보며 걷는 길이라 훨씬 개활감이 있었다.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트레킹을 할 수 있다.
싱벨리어 국립공원의 호반길도 매력적이었다. 습지와 호수가 원시 느낌을 주었는데 물이 맑았다. 호수 속에도 암반 지형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다이빙을 하면서 수면 아래를 관찰하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호반에서 각자 내키는 대로 자유 트레킹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헐천 지대인 게이시르는 트레킹으로도 매력적인 곳이었다. 모두들 간헐천 터지는 것만 기다리고 있을 때 게이시르의 언덕을 사뿐사뿐 올라가 보았다. 언덕길도 좋았지만 언덕 너머에 그림 같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서 탄성을 내질렀다. 게이시르 언덕을 에둘러 가는 트레킹도 정말 멋질 것 같았다.
게이시르 둘레길, 싱벨리어 국립공원 호수 산책, 이사피오르드 언덕길 모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황량한 대자연을 기대/각오하고 왔는데 아이슬란드의 숲과 들은 청량미가 넘쳐났다. 내년엔 트레킹에 방점을 찍고 와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