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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Jan 27. 2021

3박4일 99만원 국내여행 실험기

지난해 3번의 '명품 한국 기행'을 실험적으로 진행해 보았다

2020년 명품 한국 기행 실험기      


2020년 여행자플랫폼/트래블러스랩에서 ‘명품 한국 기행’ 실험을 세 번 해보았다. 3박4일 99만 원이라는 기본 프레임을 구성하고 이에 맞춰 여행을 기획해 보았다. 여행자플랫폼 멤버들이 이 실험에 기꺼이 동행해 주어서 여행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11월 말 시작된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중단되었다. 


국내여행은 ‘솔루션’이 아니라 ‘큐레이션’이 핵심이라는 생각에 큐레이터가 전시회를 할 때 작가에 대한 평가/선택/배치를 하듯 여행지에 대한 평가/선택/배치를 하면서 코스를 구성했다. 이 실험을 바탕으로 더욱 진화한 모형의 '명품 한국 기행'을 진행해볼 예정이다. 그동안 해외여행 아이템을 개발하느라 국내여행은 진행을 못했는데, 2024년에는 국내여행도 활발하게 구성할 생각이다.        


명품 한국 기행을 기획하 때 코스를 짜는 것보다 더 방점을 찍은 것은 사람을 짜는 일이었다. ‘명품 한국 기행’은 여행을 기획할 때 현지의 여행 전문가(여행감독), 예술가(예술감독), 셰프나 미식 전문가(음식감독)를 선임하고 함께 여행의 테마를 정하고 일정을 상의한다. 여행 중 1~2회의 네트워크 파티를 해서 ‘여행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의 의미도 살렸다. 



1차 남도 ‘소리 & 미식’ 기행 (3박 4일, 99만 원) : 


: 첫 여행지를 남원과 광주와 함평으로 잡았다. 이유는 이곳에 우리 일행을 ‘반가운 손님’으로 맞아줄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여행은 눈으로 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데 귀로 듣는 것과 입으로 맛보는 것에 방점을 찍고 기획했다. 


=> ‘남도 소리’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 일정을 잡았다. 동편제마을의 오인숙 위원장, 광주 양림동의 이한호 10년후그라운드 대표와 호랑가시나무게스트하우스 정헌기 관장 그리고 함평 천지운 차창의 박성채 대표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편제마을에서는 지리산 흑돈 버크셔K 품종을 개발한 박화춘 박사가 직접 고기를 구워주며 돼지고기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나주에서 박태후 화백이 죽설헌 안내를 해주었다. 


=> 여행 중 네트워크 파티는 동편제마을 휴락에서 가졌고 소프라노 정찬희, 가야금 하소라, 플라멩코 최원경의 공연을 관람했다. 이미 봄에 한 차례 공연을 했던 이들은 ‘지리산 카르멘’을 테마로 옴니버스 공연을 선보였다. 광주에서는 이한호 대표가 양림동 축제 공연을 안내해서 함께 관람하고 여행자라운지에서 차모임을 가졌는데 박으뜸 명창이 방문해 깜짝 공연을 해주었다.   


   

2차 경상도 ‘선비의 풍류’ 기행 (3박 4일 99만 원) : 


: 문경과 안동과 경주로 갔다. 기자단 팸투어를 겸한 여행이었다. ‘과거시험에 떨어진 선비의 낙향 길’이라는 테마로 여행 일정을 구성했다. 음식감독으로 박진필 셰프를 선임해서 식단을 조율하고 문경에서 현지 식자재를 재해석한 요리로 만찬을 열었다. 


=> 문경은 백두대간 산세를 조망할 수 있는 ‘문경새재리조트’에, 안동은 낙동강이 휘돌아 나가는 ‘소목화당’에, 경주는 서악리고분군 옆의 ‘도봉서당’으로 숙소를 잡았다. 문경에서 양조장인 이종기 박사와 찻사발 무형문화재 김선식 사기장이 직접 설명을 해주었다. 안동에서는 정복순 시의원이, 경주에서는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와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이 지역 안내를 해주었다. 


=> 네트워크 파티는 소목화당과 도봉서당에서 두 차례 가졌다. 해금 연주자 남미선의 공연을 관람했다. 애초 술 보관 벙커에서 하려고 했으나 벙커가 정리되지 않아 실내에서 진행했다. 경주에서는 청년 도예가 이효림을 초빙해 그의 찻잔으로 차회를 열었다.     


  


3차 전라도 ‘소리 & 섬’ 기행 (3박 4일 99만 원) :  


: 1차와 콘셉트는 비슷했지만 남도의 섬에 주목했다. 나주와 목포 그리고 신안의 기점소악도에 갔다. 기점소악도는 순례자의 길을 조성해 요즘 ‘잇섬’으로 꼽히는 곳이다. 원래 진도 국립남도국악원에 숙소를 잡고 정규 연주회도 관람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취소하고 대신 신안군 기점소악도로 대체했다. 


=> 숙소는 나주 목서원과 목포의 신안비치호텔 그리고 신안 기점소악도의 소악도민박으로 잡았다. 목서원은 나주 구도심에 자리 잡은 근대 가옥이고 신안비치호텔은 해변으로 야간 포차가 운영되는 곳이고 소악도민박은 주인장이 손맛이 좋아서 선택했다. 나주에서는 구도심 도시재생을 하고 있는 3917마중의 남우진 대표가, 목포에서는 괜찮아마을을 구축한 홍동우 공장공장 공장장이 원도심 투어를 맡았다. 


=> 네트워크 파티는 목포 자유공간에서 가졌고 박으뜸 명창이 남도의 소리를 들려주었다. 박으뜸 명창은 원래 노적봉예술공원에서 버스킹 형식으로 공연했으나 현지 사정이 안 좋아서 자유공간에서 2차 공연을 진행했다. 여행 초반 나주 불회사에서 철인스님이 차회를 열어주고 함께 산사 주변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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