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소기의 성과를 이루길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특히 여행감독으로서 북한 여행 재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통일부는 이미 이와 관련해서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의 여행 지침을 공표해 둔 상태다. 북한 역시 외화벌이가 아쉬운 상황이니 대화가 재개되면 북한 여행은 이른 시일 안에 가능할 수도 있다.
북한 여행이 자유화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비유하자면 이렇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가 공개되었는데 엘리베이터는 한 대 뿐인 상황이다. 그나마 저속이다. 아쉬우면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 가도 앉을자리가 없다. 잠깐 둘러보고 내려와야 한다. 북한의 교통 숙박 상황이 그렇다. 김정은 위원장 표현대로 '불비해서' 관광객 수용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개발하면 후손에게 죄를 짓는 일이 될 수 있다. 명승지에 잘못 지은 시설은 안 짓는이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진은 프로메테우스 신화의 배경인 코카서스산맥 카즈베기산의 케이블카 잔해다. 인류의 유산인 이곳에서 섣부르게 케이블카를 만들었다가 비난이 심해지자 철거했는데 저렇게 흉물스러운 잔해를 남겼다. 모든 것을 전투적으로 임하는 북한 정권이 관광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면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 관광에 대한 접근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후손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개발'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북한 관광자원이 어떻게 편재되어있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광인프라가 어떻게 구축되어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해서 '적정 관광'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 관광자원을 리서치하고 큐레이션 해보았다.
북한이 관광자원으로 내세우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명승지, 역사유적지, 체제 선전물. 북한을 여행하면 이 세 가지 관련 장소를 두루 방문하게 된다. 이중 명승지를 제외하고는 사실 그리 매력적인 관광 자원은 아니다. 역사유적지는 보존 상태나 복원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 체제 선전물은 여행자에게 매력이 떨어진다. 대체로 '우리가 귀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니 당신들도 귀하게 생각하라'라고 말하는 것들인데 여행자의 관점은 아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의 여행 정보를 보면 대형 유치원도 관광 시설로 자랑하고 있다.
북한이 내세우는 관광자원이 의도하는 바는 체제 선전과 역사의식 고양이다. 이렇게 구축된 관광 자원을 바탕으로 관광 수익 증대를 꾀하고 있는데 밸런스가 좋지 않다. 대략 1980~1990년대 한국의 관광정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북한의 관광 정보는 견학을 목적으로 한 단체 관광에 최적화되어 있다. 예전 수학여행을 생각하면 된다. 현대 한국인의 여행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북한에도 패키지관광이 있다. 국가관광총국에서 몇 가지 표준 일정을 제시한다. 그런데 관광 일정표를 보면 대체로 빽빽하다. 일주일 동안 유럽 몇 개국을 돌고 오는 한국 패키지여행과 견줄 만큼 촘촘하다. 앞서 지적한 명승지와 역사유적지와 체제 선전물이 적당히 섞여 있는데, 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복적인 성격의 장소를 볼 수 있다. 다음은 북한 국가관광총국의 '조선관광' 홈페이지에 있는 3박4일 여행 일정표다.
-1일차 오후: 평양 도착, 개선문, 김일성광장, 만경대 고향집 방문, 시내 식당에서 저녁식사, 시내 호텔에서 숙박
-2일차 오전: 묘향산에서 국제친선전람관 참관, 보현사 참관, 현지 식당에서 점심식사
오후: 평양에서 주체사상탑 참관, 교예공연 관람, 시내 식당에서 저녁식사, 릉라인민유원지에서 휴식, 시내 호텔에서 숙박
-3일차 오전: 개성에서 판문점 참관, 고려박물관 참관, 개성고려인삼 기념품 상점, 개성 시내 식당에서 점심식사
오후: 평양에서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 참관, 만경대학생소년궁전 참관, 시내 식당에서 저녁식사, 시내 호텔에서 숙박
-4일차 오전: 평양 출발, 귀국
여행시장은 공급자 시장이 아니라 소비자 시장이다. 지금 북한의 관광정책은 남한 사람들의 여행 취향과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접점을 찾아보았다. 남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관광 코스를 짜고 있다. 관광자원의 집중도 교통의 인접성 등을 감안해 북한을 8개의 관광 권역으로 나눠보았다.
먼저 동부지방은 칠보산권역(청진시, 나진시), 원산권역(함흥시), 금강산권역을 설정했다. 보통 지리적으로 인접한 원산과 금강산을 묶어서 권역을 설정하는데(북한 국가관광총국이 관리하는 '조선관광' 홈페이지도 그렇게 나눴다) 두 권역은 워낙 관광자원이 풍부해서 일부러 나눴다.
중부지방은 백두산권역과 개마고원권역으로 나눴다. 남한 사람들은 백두산이 개마고원에 속하는 줄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백두산은 백두고원에 속한다. 개마고원은 부전고원 장진고원 등으로 구성된다. 대체로 삼지연 등 백두산 관련 관광자원은 잘 개발되어 있는 상황인데 개마고원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서부지방은 경의선권역(신의주 등)과 평양권역 그리고 개성권역(구월산, 사리원)으로 나누었다. 경의선권역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기차관광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 보았다. 평양은 최대 관광상품이 '사회주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았다. 구월산 장수산 수암산 경암산 등 수도권에서 데이투어가 가능한 개성 인근의 황해도 산들을 주로 살폈다.
북한 여행에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김일성광장에서 대동강맥주로 치맥 파티를 도모할 수 있다. 북한 국가관광총국에서 나에게 평양 관광 개발을 의뢰한다면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다. 올해 초 북한은 김일성광장을 해돋이 관광지로 공개했다. 그렇다면 치맥파티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북한이 내세우는 대동강맥주라면. 김일성광장은 사열 때 줄을 맞추기 위해 온갖 표식이 되어 있다. 맥주 테이블 놓기에 딱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북한 당국자에 관광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하려고 한다. 개발 위주의 관광 정책이 아니라 관광자원의 재해석을 도모해서 '지속 가능한 관광개발' 방식을 찾아보라고 제안하려고 한다. 무턱대고 관광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현대 한국인의 취향에 맞는 여행 방식을 찾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