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보물창고

여행감독의 북한여행 큐레이션 제8편

by 고재열 여행감독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오는 보물창고 앞에 선 느낌이었다. 공습에도 끄떡없다는 육중한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세계 각국에서 온 진귀한 보물이 가득했다. 만약 생일선물과 기념품 아이템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곳을 방문하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사치는 모두 모여 있었다.


2008년 10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 동안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 언론본부 대표단(단장 : 김경호)의 일원으로 평양에 다녀왔다. 공식적으로는 방북 대표단의 일원이었지만, 비공식적으로 '블로거의 눈'으로 북한의 모습을 보고 왔다. 그리고 돌아와서 블로거의 눈으로 본 관찰기, '블로거가 본 평양'을 독설닷컴에 연재했다. 북한여행을 기획하며 그때 기록을 되짚어 보고 있다.


이번 편은 '북한 사람들이 평가한 남한 역대 대통령'이다. 묘향산 입구에 있는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전시관에 가면 이를 알 수 있다. 국제친선관람관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외 수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을 전시해 놓은 곳이다. 김일성 주석이 5만 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만 점 정도를 받아서 전시해 두고 있다고 했다.


국제친선전람관 1.jpeg


국제친선전람관은 폭격에 대비해서 터널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출입문은 두꺼운 철문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함께 방문한 후배 기자가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보물창고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했다(안타깝게도 보물창고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보물창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발 위에 천으로 된 덧신을 신고 들어가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인간이 인간에게 선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선물의 형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물은 러시아인가 아니면 북유럽 어느 나라에서 선물한 사냥가방이다. 가장자리가 가죽으로 장식된 나무가방이었는데 그 안에 사냥칼을 비롯해 짐승을 잡아서 해부해서 바비큐를 만들 수 있는 온갖 장비가 다 있었다. 테스토스테론이 용암처럼 분출하는 기분이었다.


국제친선전람관에는 남한 대통령들이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게 보낸 선물도 전시되어 있다. 유심히 보게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은담배함 은재털이 은칠꽃병 등을 선물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2년 은세공술그릇 세트, 금장식은제자기, 1983년 금장식은세공그릇 세트, 금장식은수저 라전(나전)화장도구함 등을 선물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1990년 은술주전자 세트, 양복천, 문방구 세트, 조선옷감 등을 선물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매우 많았다. 대략 850여 점에 이른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12장생도(가장 비싼 선물인 듯) 등 여러 점을 보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없다는 점이다. 김일성 주석과 만나기로 했었기 때문에 그전에 선물이 갔을 가능성이 큰데 없었다. 보낸 선물을 치운 모양이었다. 일행 중 누군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보낸 선물은 없냐고 묻자, 안내원은 없다며 김 대통령을 ‘뒤에서 칼을 꽂은 자’라고 표현했다(한 선배는 ‘뒤에서 머리에 칼을 꽂은 자’라고 들었다고 했다). ‘조문파동’ 때문인 것 같았다. 살아있을 때는 만나자고 했다가 죽고 나니 조문도 오지 않겠다고 했던, 상반된 태도가 북측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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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북한에서 평가하는 남한 대통령은 대략 3등급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상급은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 낸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다. 북한 관계자가 호칭할 때도 김 대통령을 언급할 때는 깍듯하게 존대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김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계승했기 때문에 인정을 받았다. 북한 관계자가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실천하는’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었다.


중급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이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하급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최악의 평가를 받고 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었다. 특히 ‘삐라 살포’에 대해 격앙되어 있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정부가 직접 살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용인한데 대해 북한은 단단히 화가 나 있었다. 당시 북한에서 느낀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인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남북 관계에 있어서 ‘경박단소’한 처신을 한 탓이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도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초반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잇는 대북 정책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지금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지 궁금하다. 국제친선전람관에 ‘김정은관’은 어떻게 꾸려졌을지 궁금하다. 이곳과 묘향산의 단풍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제 다시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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