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두 평양냉면 함흥냉면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음식들이다. 그런데 진짜 맛있는 북한음식을 우리들 대부분은 경험하지 못했다. 왜? 제철에 제 방식대로 먹어야 하는데 남한에 수급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섭(자연산 홍합) 등 북한 지역에 풍부한 해산물과 송이와 같은 자연물 요리가 발달해 있는데 이를 접하기 힘들다. 북한여행이 재개된다면 먹어봐야 할 북한 음식을 꼽아보았다.
일단 북한 음식의 일반적인 특징을 알 필요가 있다. 북한은 잡곡을 이용한 음식이 많고 겨울이 긴 곳이라 발효식품이 발달해 있다. 지짐, 구이, 튀김, 볶음, 무침 등 조리방식은 대동소이하고 남한 음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썰고 푸짐하게 내놓는다. 맛은 담백한 편이어서 맵거나 짠 음식이 적다. 우리보다 더 산악지형인 북한은 지역 간 단절이 심해 음식의 지역색이 더 심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은 메밀이 주성분이며 면발은 연하다. 냉면의 육수로는 동치미 국물이 쓰이는데 여기에 꿩고기, 닭고기의 국물을 부어 감칠맛을 더한다. 면 위에 여러 종류의 꾸미와 고명을 올려서 내놓는다. 남한에서는 슴슴한 맛으로 먹는데 평양에서는 양념장을 더해서 내놓는다. 함흥냉면은 메밀가루와 함께 감자, 고구마, 옥수수의 전분 등을 가미해서 만든다. 면발이 질기고 쫄깃쫄깃한데 여기에 맵고 진한 비빔장을 넣어 비벼먹는다. 특징이다. 회무침과 매운맛의 양념비빔장, 따끈한 육수의 하모니를 즐긴다.
묘향산 칠색송어구이, 칠색송어탕
그 맛을 잊을 수 없다. 묘향산에 갔을 때 칠색송어 구이를 먹은 적이 있는데 별미였다. 묘향산 계곡의 송어는 일곱 가지 색깔을 띤다고 해서 칠색송어로 불린다. 이 송어로 매운탕을 끓이면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며 약간의 향이 나기도 한다고 해서 유명하다.
청진 털게찜
서해는 꽃게, 동해는 대게, 북한은 털게다. 털게는 북한 동해안 지역의 별미다.
남포 조개구이
남포시 인근 서해안 갯벌이 발달되어 있어 조개가 많이 난다. 여기서 잡은 조개를 남포 시민들은 돌판에 굽는데 방식이 좀 특이하다. 벌어지는 쪽을 돌판 쪽으로 향하게 하여 가득 채운 다음 휘발유를 조개 위에 조금씩 뿌려가며 조개 입이 벌어질 때까지 굽는다. 이걸 어떻게 먹을까 싶은데 다 구우면 휘발유 냄새가 전혀 안 난다고 한다. 조개죽도 별미로 알려져 있다.
칠보산 송이버섯
칠보산에는 보물이 많다. 그중 으뜸은 송이버섯이다. 2007년과 2017년 남북정상회담 시기에 북한은 칠보산 송이버섯을 선물로 보냈다. 산악지형인 북한에서는 송이가 제법 흔한 버섯이다. 그래서 고급 식당에서는 무쳐서 반찬으로 내기도 한다. 칠보산은 산나물도 유명하다. 참나물 고비나물 등 칠보산의 보물과 청진 앞바다에서 잡은 명태와 도루묵으로 만든 해산물이 어우러진 밥상을 경험할 수 있다.
남한의 동해안에서도 많이 먹는 가자미식해는 원래 함경도가 유명하다. 뼈가 억센 참가자미 말고 줄가자미로 해야 하고 되도록 어린 줄가자미로 해야 잘 삭히고 씹기에도 좋다. 여기에 북한에 풍부한 감자를 같이 넣어 삭힌다.
원산 섭죽
섭은 자연산 홍합이다. 일반 홍합과 키조개의 절반 정도 크기다. 겨울이 제철이어서 겨울에 살도 통통하고 색도 붉다. 남한에서도 강릉 속초 등에서 채취할 수 있는데 반잠수해야 겨우 딸 수 있다. 일반 홍합보다 큰데 국이나 죽을 주로 끓인다. 섭이 많이 잡히는 북한에서는 이를 구이로도 먹는다. 구운 섭의 껍데기에 남은 국물이 일품이다.
해주 조기매운탕
남한에서는 영광굴비가 유명한데 원래 조기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북한의 해주 어장이다. 조선시대에는 조기에 세금을 걷어서 쓸 만큼 많이 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해주는 조기매운탕이 유명하다.
나진 옥수수국수
중국 동북 3성에서는 옥수수국수를 많이 먹는데 관북지방에도 옥수수국수가 일반적이다. 옥수수 특유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북한은 음식을 전식과 주식으로 나눠서 먹고 주식으로 평양냉면 함흥국수 등 면을 많이 먹는데 옥수수국수는 관북지방의 대표적인 주식이다.
평안도 노치(노티)
기장이나 찹쌀을 엿기름에 삭혀서 지져 먹는 떡이다. 가을에 만들어서 대청에 보관하다가 겨울에 꺼내 먹었던 음식인데 북한식 디저트라 할 수 있다.
다음은 북한 지역별 음식의 개괄적 특징이다.
@ 평양음식 : 가장 잘 알려진 평양음식은 평양냉면과 대동강숭어국이다. 평양냉면은 오래전부터 평양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만들어 먹던 국수로서 메밀로 만들며, 고기국물에 동치미국을 섞어서 만든다. 대동강숭어국은 대동강에서 많이 잡히는 숭어에 여러 가지 양념을 첨가하여 만든 것으로, 맛이 탁월하고 영양가도 매우 높다. 이밖에도 평양온반, 평양쟁반국수, 평양어죽, 갈비국, 갈비구이, 뱀장어구이, 평양군밤 등이 유명하다.
@ 평안도음식 : 평안도 음식이라고 하면 노치를 빼놓을 수 없다. 노치는 찹쌀이나 기장쌀 혹은 조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엿기름가루를 넣고 삭혀서 지진 떡이다. 주로 명절 때 만들어 푸짐한 명절 음식상에 올린다. 노치는 그 맛이 달고 새콤하며, 쫄깃쫄깃하고 먹으면 끈기가 있다. 평안도에는 풋강냉이로 만든 올챙이국수(묵), 누릅쟁이국수, 칼국수, 가지요리, 녹두지짐, 새우젓 등도 유명하다.
@ 양강도와 자강도 음식 : 이 지역은 북부의 높은 산간지대로서 배추농사가 힘들어 예전부터 갓을 심어 봄과 가을에는 채소를 대신하고, 겨울에는 김치 대신 갓김장을 담가먹었다. 갓김치는 향기롭고 시원하며, 오래 두고 먹어도 물크러지지 않고, 맛이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갓으로 만든 김치에는 김장용 갓김치, 상갓김치, 풋갓김치, 갓짠지 등이 있다. 또한 양강도, 자강도는 감자가 많이 나서 감자녹말국수, 감자떡, 언 감자떡, 감자탕 졸임, 당면, 감자녹말강정 등이 유명하다.
@ 함경도 음식 : 함경도음식 중에 제일 유명한 것은 가자미식해이다. 토막 낸 가자미에 양념을 섞어 만든 젓갈로서 그 맛이 달고 상쾌하며,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을 수 있다. 함경도지역에서는 가자미 외에도 명태, 낙지, 문어, 도루묵으로도 식해를 담가 먹는다. 함경도는 산악지역으로서 감자녹말국수, 강냉이녹말지짐, 장국밥, 태식, 방어반찬, 감자찰떡, 귀밀떡, 갓김치 등의 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고사리도 유명하며 그것으로 만든 음식이 발달하였다.
@ 황해도 음식 : 해주비빔밥, 김치밥, 칼국수, 메밀국수 등이 유명하다. 또한 한 해에 한 번이라도 녹두녹말국수를 해 먹으면, 건강하고 오래 산다고 하여, 이 지방에서는 여름철에 녹두녹말국수와 녹두묵을 해 먹는 관습이 있다. 그 밖에도 도미국수, 숭어찜, 더덕고추장구이, 김구이 그리고 나물이 유명하다.
@ 개성 음식 : 개성은 고려시대의 수도였던 지역으로 요리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보쌈김치, 편수, 설렁탕, 추어탕, 경단, 우메기(떡의일종), 약밥, 신선로 등이 알려져 있다. 보쌈김치는 다른 김치보다 독특한 맛과 향기를 가지므로 입맛을 돋워주며 국물이 달고 영양가도 높다. 또한 설렁탕과 추어탕도 유명하다. 이밖에도 개성의 미나리초대, 찹쌀고추장 등이 널리 알려져 있으며 개성인삼술, 홍삼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산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