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관서 8경’은 다음과 같았다. 평양의 연광정, 자강도 강계의 인풍루, 만포의 세검정, 평안북도 영변의 약산동대, 의주의 통군정, 선천의 동림폭포, 평안남도 안주의 백상루, 성천의 강선루. 남북 교류가 재개되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이곳은 사진자료도 충분하지 않아 옛그림으로밖에 감상할 수 없는 곳이다.
‘관동 8경’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동해의 명승지를 꼽은 것이라서 대부분 남한에 있다. 강원도 통천의 총석정, 고성의 삼일포는 북한에 속한다(고성 청간정, 양양의 낙산사, 강릉의 경포대, 삼척의 죽서루, 경상북도 울진의 망양정과 월송정까지를 일컫는다). 총석정과 삼일포는 그나마 금강산관광 덕분에 관련 사진자료가 있는 편이다.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에서 가보고 싶은 곳을 꼽아보라면 금강산 백두산 등 두세 곳밖에 말하지 못한다. 물론 북한의 관광 인프라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곳 말고도 좋은 여행지가 북한에 많다. 특히 현대 남한 사람들의 취향에 맞을만한 곳이 많다. 여행의 취향을 큐레이션 하는 여행감독의 역할로 북한의 여행지를 조사하고 선택해서 재배치해보았다.
금강산 구룡연
남한 여행자의 취향을 반영해서 북한의 여행지를 8개의 권역으로 분류해 ‘신 북녘 8경’을 선정해 보았다. 2박3일 ‘명품 한국 스테이’와 혹은 3박4일 ‘명품 한국 기행’을 기획하고 있는데 동일한 원칙을 북한 여행지에도 적용해 보았다. 하루 이틀 휴가를 더 내서 주말에 다녀올 수 있는 북한 여행 꾸러미를 만들어 보았다.
현실적인 여행 계획을 감안했다. 숙박과 교통 등 관광 인프라가 좋지 않은 북한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인 당일 관광 상품을 주로 개발했다. 비슷한 방식을 개성 등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황해남도에는 구월산 등 명산이 많은데 남한 수도권 사람들을 위한 당일 등산여행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백두산과 칠보산은 항공 이동을 감안해야 하는 곳이다. 육로로 이동할 경우 거리도 멀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두산 관광은 삼지연비행장이 칠보산과 청진 관광은 어랑비행장이 활용된다. 신의주에서 남포까지 경의선 주변 서부 지역을 하나로 묶었다. 기차를 활용한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동해에 인접한 동부지방은 칠보산권역(청진시, 나진시), 원산권역(함흥이시), 금강산권역으로, 중부지방은 백두산권역과 개마고원권역으로(백두산은 개마고원에 속해있지 않다), 서부지방은 경의선권역(신의주, 묘향산, 남포)과 평양권역 그리고 개성권역(구월산, 사리원)으로 나누었다. 각 권역 메인 콘셉트는 다음과 같다.
평양 연광정
@ 평양권역 : 평양의 최대 관광상품이 '사회주의'라는 관점에서 접근해 보았다. 사열하는 인민군 모습을 영상으로 보았던 김일성광장이나 주체탑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평양과 다른 모습의 평양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광 포인트다. 북한식 개혁개방이 반영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송화온천휴양소 등 평양 근교 관광지도 두루 살폈다.
@ 개성권역 : 금강산관광과 함께 개성관광은 이미 진행된 적이 있다. 지리적으로 남한의 수도권과 유리하다는 장점을 살려 데이투어 위주로 고민해 보았다. 구월산 장수산 수암산 경암산 등 1000m 이내의 경관이 수려한 산이 많아 당일 등산이 가능한 산들을 두루 알아보았다.
@ 경의선권역 : 경의선권역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기차관광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 보았다. 중국 관광객의 관문이 되었던 신의주시, 북한의 6대 명산으로 꼽히는 묘향산, 고구려 벽화의 도시 남포 등이 관광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그중 남포는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으로 남한에 삼다수가 있다면 북한에는 강서약수가 있다.
@ 원산권역 : 원산은 대표적인 바다 관광지다. 일제 강점기 때도 가장 먼저 해수욕장이 생긴 곳 중 한 곳이다. 송도원과 명사십리가 유명한데 동해에서는 드물게 원산만 입구에 섬도 있다. 원산권역에는 함흥시도 포함된다. 인구 규모로 따지면 함흥시가 북한 제2의 도시다. ‘바람 찬 흥남부두’가 바로 이 함흥에 속한다.
안주 백상루
@ 금강산권역 :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 여행지다. 내금강, 외금강, 해금강으로 나뉘는 금강산은 현대아산에서 단계적으로 관광 인프라를 구축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되고 방치되어 시설 노화가 우려되지만 남북 교류가 재개되면 가장 활발하게 왕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칠보산권역 :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으로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내칠보, 외칠보, 해칠보 구역으로 나뉜다. 인근에 청진시가 있어 자연관광과 인문관광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근처 경성은 자연보호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을 만큼 원시림을 보존하고 있다(경성 지역의 온천도 유명). 청진시와 가까운 나진시는 경제 개발 구역이라 숙박 자원이 좋은 편이다. 나지신 주변 해변에서는 물범 관광도 가능하다.
@ 백두산권역 : 금강산과 마찬가지로 북한을 대표하는 여행지다. 북한 공산당 간부 연수는 주로 백두산에서 이뤄진다. 화산 지역은 보통 온천이 발달해 있는데 백두산도 예외가 아니다. 백두산의 중국 쪽 구역에는 많은 온천이 산재해 있어 중국 동북지방의 온천관광 명소로 꼽힌다. 북한 쪽 구역에도 온천이 개발되고 있다. ‘백두산온천 기후휴양소’가 대표적이다.
@ 개마고원권역 : 남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백두산이 개마고원에 있다고 착각하는데 둘은 별개다. 개마고원은 양강도(량강도)의 남서부와 함경남도의 북서부, 자강도의 동부 지역에 걸쳐 있는 고원이다. 북수백산 차일봉 연화산 등 백두산을 제외한 고산이 대부분 이곳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꼽는 곳으로 여름철에도 평균기온이 20도 안팎이라 새로운 피서지로 각광받을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