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12. 2021

북한에서 에어비앤비로 숙소 예약이 가능할까

여행감독의 북한여행 큐레이션 제19편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볼 수 있는 밍크담요


김정은 정권 수립 이후 외국 관광객에 대한 문호를 적극 개방하면서 북한의 관광 환경이 빠르고 변화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바로 숙소다.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시에 대규모 숙박 인프라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숙박 모델이 구현되고 있다. 열 개의 질문으로 이 변화를 살펴보았다.  


@ 북한의 숙박 인프라는 어느 정도인가


일단 통일부 ‘북한 정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호텔 정보는 다음과 같다. 평양직할시와 원산시에 집중되어 있다. 김정은 집권기에 대대적으로 이뤄진 호텔 건축이 반영되지 않은 자료라 한계가 있다.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시에 대규모 숙박 시설을 건축 중인데 특히 원산갈마지구가 주목된다. 명사십리 해변을 따라 건축 중인 숙소는 쿠바 바라데로의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연상시킨다.  


평양: 고려호텔, 보통강호텔, 청년호텔, 서산호텔, 유경호텔, 양강호텔, 양각도호텔, 창광산호텔, 평양호텔, 대동강호텔, 모란봉호텔, 해방산호텔

개성: 자남산호텔

함흥: 신흥산호텔, 마전호텔

원산: 송도원호텔, 동명산여관, 송도원여관, 갈마호텔, 새날호텔, 마식령스키장호텔

금강산: 금강산호텔

백두산: 혜산호텔, 베개봉호텔

묘향산: 향산호텔, 청병호텔, 청천호텔 


@ 김정은 개인별장을 이용해볼 수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관광에 진심인 남자’다. 아니 진심일 수밖에 없다. 원산갈마지구와 삼지연시에 엄청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은 크게 흔들리게 된다(이미 흔들리고 있을 수도). 


그래서 상상해 보았다. 북한 관광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개인별장을 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맨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원산의 송도원휴양소다.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초대를 받고 두 번에 걸쳐 북한에 다녀온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방문 후 인텁에서 묘사한 김 위원장의 개인별장 모습이다. 


“섬의 분위기는 하와이나 스페인의 이비자 섬과 비슷하지만 다른 게 있다면 주민이 김정은 한 명뿐이라는 점이다. 김정은 제1비서는 하루 종일 시가를 피우고 칵테일을 마시면서 웃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했다. 60m 길이의 최고급 요트와 수십 대의 제트스키, 말 등 부족한 것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누구나 직접 보면 김정은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보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섬’이라는 표현이다. 송도원휴양소는 섬에 있지 않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이 섬을 찾았다. 이 섬은 원산에서 직선거리로 50km 정도 떨어진 통천항 앞바다의 천도와 동덕도로 추정된다(세 섬이 나란히 있는데 한 섬은 이름이 안 나온다). 김정일 위원장 말기~김정은 위원장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시설을 관광객들에게 개방한다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쿠바식 까사와 같은 대체 숙소가 가능할까? 


고려투어(Koryo Tours)는 외국인들이 운영하는 여행사다. 여기에 흥미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칠보산에 민박촌(Home-stay village)이 구축되었다는 것이다.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어촌마을 보촌리에서 민박을 할 수 있으며 ‘전국에 두 곳 뿐인 외국인에 개방된 마을 중 하나’라서 주민들과 대화하고 촬영하는 것이 자유롭다고 광고한다. 보촌리는 일반 어촌마을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TV, 냉장고, 오디오 등의 가전제품이 완비되어 있고 전기가 나가면 주민들이 변전소에 연락해 즉시 시정해 준다고 한다. ‘관광객 퍼스트’로 운영되는 것 같은데, 코로나19가 발발하지 않았다면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 평양에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할 수 있을까?


일부 언론 보도에 코로나 발발 이전 중국 관광객이 평양에 몰렸을 때 호텔 객실이 동이 나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구하기도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현재 에어비앤비에서 평양 숙소는 검색되지 않는다). 현재 북한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이 북한에서 외신기자로 주재했었거나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서구인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에어비앤비로 예약 가능한 숙소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그럼 에어비앤비로 예약할만한 숙소가 평양에 있을까?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언급했던 ‘창광숙소’가 떠올랐다. 그는 이곳을 이렇게 묘사했다. 


“제가 주말에 친구들과 단골로 가는 곳은 고려호텔 길 건너에 있는 ‘창광숙소’라는 곳이죠. 점심때쯤 3명 정도 가면 1000유로 정도로 새벽까지 빛낼 수(즐길 수) 있죠. 여기가 좋은 건 먹고 마시고 자는 것까지 한꺼번에 가능하다는 거예요. 지상 2층과 반지하 주차장이 있는 이곳은 째끼(조총련 북송자인 재일귀국동포의 줄임말인 ‘재귀’가 변형된 말)가 운영하는 곳인데, 원래는 외국인 전용이죠. 1층에 사우나와 안마받는 곳 그리고 바가 있어요.” 


@ 요즘 북한에서 온천 휴양지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는데...


백두산기후온천휴양소를 비롯해 화산대가 두루 걸쳐있는 북한은 온천이 많은 편이다. 그중 주목할만한 곳은 양덕온천과 송화온천휴양소 경덕온천 등이다. 양덕온천에는 마식령스키장보다 규모가 큰 스키장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 관계 기관과 합의하에 들어내라”고 지시했는데 이때 양덕온천을 방문해 건설 중인 노동자들을 독려했다.  

@ 백두산에 가면 잠은 어디서 자나? 


지금까지는 백두산 관광을 할 경우 대부분 베개봉호텔을 이용했는데 최근에 550실 규모의 삼지연호텔이 건축되었다. 삼지연군은 최근 삼지연시로 승격되었는데 원산갈마지구와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관광 특구다. 다양한 시설을 짓고 있고 백두산기후온천휴양소도 있기 때문에 숙박 인프라가 나름 좋은 편이다.  

@ 마식령 스키장이 뜬다는데...  

칠보산이 청진시와 짝을 이루듯 마식령은 원산시와 짝을 이룬다. 마식령에서 원산시까지는 20km 정도의 거리라 원산시 숙소를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스키장이 건립되면서 호텔도 함께 건축되었다. 두 동으로 건설되었는데 시설이 좋아서 원산과 금강산 관광을 오는 사람들도 여기서 묵는 경우가 많다. 객실에 목재를 많이 사용해 산장 느낌이 난다.  

@ 개마고원에서 캠핑을 한다면? 


코카서스 산맥의 중심인 카즈베기 산은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간을 쪼였다는 전설의 배경이 되는 산이다. 이 산의 중턱에는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쓰이던 콘크리트 시설물의 잔해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다. 이 산 중턱에 있는 삼위일체 교회 조지아(그루지야)의 상징적인 교회인데 이곳 관광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했다가 카즈베기산의 풍광을 망친다는 비난을 듣고 철거되었다.


북한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난개발 모형이다. 북한의 관광자원 개발은 철저하게 콘크리트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여행이 활발해지면 북한의 자연 파괴가 더 가속화 될 수도 있습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캠핑장을 조성해 운영한다면 자연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캠핑카 등 차박을 유도하면 숙소와 교통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어 북한여행을 유연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 명승지 중에서 단체 숙박이 가능한 야영소를 갖춘 곳이 몇 곳 있다. 원산의 송도원야영소가 대표적이다. 최근에 문천야영소도 조성되었는데 문천이 대표적인 탄광 오염 지역이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 앞으로 실버호텔로는 어디가 좋을까? 


실향민에게 더욱 그렇겠지만 북한은 떠오르는 실버 여행지다. 그렇다면 고령층 여행자들에게 어떤 곳이 좋을까? 강서요양소가 맨먼저 떠오른다. 남한에 초정리 광천수가 있다면 북한에는 ‘강서약수’가 있다. 강서대묘가 있는 평안남도 강서군 약수리에서 나는데 병 라벨에 위장병에 좋고 간기능을 강화해준다는 설명이 있다. 강서요양소에서는 이 약수를 활용해 소화기 계통의 질병을 앓는 환자를 치료해준다. 후쿠시마 지진 때 지층이 흔들리면서 수원이 막혔지만 새로 수원을 찾아내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 영변 핵시설을 관광지로 바꿀 수 있을까? 


영변 핵시설을 관광지로 바꾼다? 황당하지만 진지하게 논의되었던 기획이다. 통일연구원 홍민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에서 실현한 핵시설 폐기후 시설활용 사례로 들어 이를 제안했다.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던 미국의 'B리액터', 북한 영변 원자로가 모델로 삼았던 영국의 칼더 홀, 갤러리로 바뀐 스웨덴 'R1 리액터', 카지노와 호텔로 변신한 미국 몬트빌에 있는 핵 시설을 전범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핵시설은 천연가스 발전소, 과학기술센터, 생태공원 등으로 변신에 성공한 바 있다고며 영변 핵시설을 단순히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형태로 계속 보존하거나,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서 경제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변은 묘향산과 청천강에 인접한 곳이니 숙박시설로 개발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로펠러기 증기기관차 활용 북한의 신상 여행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