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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재열 여행감독 Aug 12. 2021

우리가 몰랐던 북한의 섬과 바다

여행감독의 북한여행 큐레이션 제20편


우리는 북한의 바다를 너무 모른다. 2019년 여름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잊힌 바다, 또 하나의 바다, 북한의 바다〉전이 열렸다. 북한의 바다를 본격적으로 해부한 이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분단 이전의 북한 바다다. 일제가 어업 침탈을 위해 우리 해양 자원을 면밀하게 조사했던 내용이다. 2부는 본전시로, ‘북녘 바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사진과 자료가 전시되었다. 3부는 평화의 바다를 이야기하기 위해 매러디스 호의 흥남 철수 모습을 담았다.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가 흘러나오는 전시장은 나름 북한의 바다를 재현해 주었다. 

 

흥미로운 기획전이었지만 북한의 바다와 관련된 자료가 풍부하지 않았다. 군사시설이 포진해 있어서인지 북한은 해안 개방에 유난히 인색하기 때문이다. 금강산 관광 때 열린 해금강을 빼고는 북한의 바다를 경험한 사람이 드물었다. 김윤아 국립해양박물관 전시팀장은 “북한을 방문했던 분들을 여럿 접촉했다. 그런데 북한을 여러 번 갔던 분들도 바닷가를 가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아쉬웠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북한 섬은 특히 자료가 없다. 북한에는 이순신 장군이 여진족과 싸운 전장이었던 두만강 하구의 녹둔도를 비롯해 1045개 섬이 있다. 압록강·청천강·대동강·예성강 등 큰 강 하류와 리아스식 해안의 만에 주로 분포하는데, 압록강 하구의 비단섬, 황금평, 반성열도가 대표적이다. 비단섬은 작은 섬들이 신도열도를 구성하고 있었던 것을 섬 북쪽에 제방을 쌓아 연결해 만든 인공섬이다. 황금평도 버려진 갈대밭을 간척 사업해 만든 곳으로 북한 내 단위면적당 수확고가 가장 높은 황금 들판이 되었다. 남포의 석도는 해변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동해안에는 서해안처럼 큰 섬은 없지만 경관이 수려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산만 일대에 섬이 주로 분포하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섬도 있다. 나선시의 대초도와 소초도, 성진시(김책시)의 양도와 강후이도, 신포시의 마양도, 흥남항 앞의 화도와 소화도 등이 북한의 대표적인 동해 섬이다. 원산 앞바다는 군도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섬이 많다. 신도 대도 묘도 여도 웅도 등이 포진하고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북한의 바다를 들여다보자. 다시 〈잊힌 바다, 또 하나의 바다, 북한의 바다〉전으로 돌아가 보자. 다음은 전시회에 내걸렸던 북한 포스터에 쓰인 구호들이다. 바다를 활용하고 개척하려는 간절한 여망이 엿보인다. 


‘겨울철 물고기잡이 전투를 힘 있게 벌이자!’ 

‘바다가(바닷가) 양식을 대대적으로 하자!’ 

‘남포 갑문 건설을 힘 있게 지원하자!’ 

‘배마다 만선기 휘날리자!’ 

‘모두 다 정어리잡이 에로’ 

‘청소년들이여! 모두 다 해양체육 에로!’      



이런 요란한 구호 사이로 들어서면 또 다른 선전·선동의 바다가 관람객을 맞았다. 광복절 해양 기념식에서 북한 청소년들이 선상에서 매스게임을 하고 바다소년단이 해양 활동을 하는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북한 어린이들이 오와 열을 맞춰 절도 있게 백기와 홍기를 들고 있었다.      


북한식 사회주의 프로파간다는 수산업 관련 사진에도 이어졌다. ‘맛 좋은 젓갈품을 더 많이 생산 공급하자!’는 구호 아래 젓갈을 담그고, 생선을 갈아 어묵을 만들고, 양식장에서 어패류를 걷어 올리고, 선봉수산사업소에서 어류 연구를 하는 장면을 두루 볼 수 있었다.      


해금강, 명사십리, 송도원 등 북한이 내세우는 명승지에서 여유를 즐기는 주민 사진도 있었다. 산업항으로 거듭나 대형 크레인이 열을 지어 있는 나진항과 대규모 리조트가 건설 중인 원산 해변 사진도 볼 수 있었다. 전시회에서 북한의 변화상을 가늠할 수 있었는데, 사진 속 ‘억지 행복’이 부자유스러웠다. 그 바다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만 깊어졌다. 


몇 가지 북한 바다 여행 아이템을 생각해보았다. 북한 서해안에서 주목할 곳은 남포시의 와우도다. 대동강 하류의 와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그렇게 불렸는데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었다. 와우봉을 중심으로 낮은 봉우리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기암절벽이 형성되어 있어 트레킹 코스로 활용 가능한데 와우봉에서 바라보는 남포시 풍경이 아름답다고 한다. 모래사장과 솔숲 그리고 대동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운치가 있어 일찍부터 유원지로 조성되었다. 


북한 동해안에서 추천하고 싶은 나선특별시와 서반포와 동반포다. 영랑호나 청초호처럼 바다와 연결된 서번포와 동번포를 북한에서는 ‘바다자리호수’라 부른다. 서번포와 동번포는 남북으로 길게 늘어선 선인장 모양을 하고 있는데 둘레가 40여km에 이른다. 본래 하나의 만을 이루고있던 이곳은 오랜 세월 두만강의 퇴적물이 모래뚝을 이뤄 호수가 되었다. 호수의 남쪽을 제외한 주변이 전부 산들로 둘러싸여있어 풍경이 아름답다. 숭어, 황어, 붕어를 비롯한 물고기와 조개류, 새우들이 두루 서식하고 있다. 북한은 이곳이 ‘호수미, 바다미, 산악미’를 두루 갖추고 있다고 홍보한다. 


최근 들어 북한 국가관광총국은 바다 관광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조선국제려행사는 2014년 7월 최초로 청진시 마전 해변과 통천군 시중호 바닷가에서는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파도타기 관광을 선보였다. 행사를 진행한 뒤에 조선국제려행사는 7~8월은 해수욕 계절이고 파도는 높지 않다며 10월과 11월의 파도가 1.5~3m 규모라 파도타기에 적합하며 이 시기를 적기로 제안한다. 조선국제려행사는 파도타기를 일주일 정도 하고 평양 개성 묘향산을 여행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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