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셴파 가려운 곳을 긁는다

고통의 악순환

by 그로우루샤

아침에 눈을 뜨니 눈이 많이 와 있었다
가게를 오픈하고부터는 기상예보에 대한
예민함이 생긴 듯하다


지난 12월 수원 폭설로 이틀간 가게운영이
불가능했었다 의도치 않게 가게를 닫아야만
했던 그 시간,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그리고 오늘 눈이 오니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배달이 불가능할 걸 생각하니 걱정이 됐지만
한편으론 눈이 오니 감성이 살아나는 듯하다
명절연휴라고 하던 루틴을 뒤로 미룰 순 없었다
운동은 목숨 걸고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어제 늦은 시간까지 가게운영하느라 몸은
피곤했지만 어느 핑계로도 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가 못 되었다

나에겐 운동이 생명이며 운동을 통해 정신을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한 시간 동안 뽀드득뽀드득 눈을 밟으며 열심히
걸었다 동기부여 영상을 통해 하나 결심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성공은 반드시 이뤄야 할
책임의 상태라는 것이다

즉 성공은 선택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고
인간으로서 반드시 이뤄야 할 사명 같은 것이란
이야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성공이 대수냐, 먹고살게 문제인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이러면서 성공은
자신과는 거리가 먼 딴 나라 사람들의 것이라는
듯 무시하며 사는 것 같다

나도 주변에서 성공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나는 그 상대가 정말 잘 되길 바라는 맘에서
얘기해 주는 건데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아니 형식적인 대답만 할 뿐이다
열정을 갖고 성공에 대해 말하는 나를 보며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집으로 돌아와 마음을 가다듬고
책을 집어 들었다
린치핀, 나에겐 대체할 수 없는 창조자인
린치핀 책이 언제나 가까이 있다

오늘 린치핀에서 나의 잘못된 행동방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셴파라는 개념에 대한 이야기다
셴파(shenpa)는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의미의
티베트어다 셴파는 고통의 악순환이다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해
곧바로 생사가 달린
문제로 확장된다
약간 가렵다고 해서 긁으면
더 가려워지고
그래서 더 긁고 또 긁다가
문자 그대로 고통을 느끼게 된다
-출처 린치핀-

어쩌면 내가 셴파를 삶에서 습관화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움찔했다

업체와 재료 부실상태로 다툼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재료 자체가 색이 변색돼 있어
당연히 환불조치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업체에서 세운 기준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불이 불가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 이유가 정말 억지 같다는 생각에
화가 나서 그 문제로 담당자와 전화로 갈등을
빚었다 여러 번 이 문제로 골치를 앓으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생각해 보니 환불받아봐야 1만 원 미만일 일인데
더 큰 것을 위해 다툼을 해봐야 서로가 소모일
것 같다는 생각 했다

결국 하루 만에 없던 일로 종결을 고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도 후련하고 상대와의 다툼으로
인해 관계가 어그러질 뻔할 위기에서 벗어났다

여기서도 셴파의 개념이 적용이 되었다
내가 가려운 건 맞지만 가렵다고 해서
안 되는 일을 계속 고집스럽게 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 하게 되었다

남편과 어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했다
우리 가족일이긴 하지만 내가 주도해서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남편의 도움이
고맙기만 했다

열심히 일하고 마감 20분을 남긴 상태에서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평소 포장을 할 때 남편은 랩 사용에서
사용할 필요 없는 길이의 랩을 이용하는 게
항상 눈엣가시였다 수시로 손실에 대해
내가 말을 하는데도 고쳐지질 않았다

사장입장으로 쓸데없는 데 로쓰가 나는 게
거슬렸다 수차례 말을 해도 고쳐지질 않으니
결국 남편에게 언성이 올라갔다

"내가 그렇게 낭비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말하니 남편은 "꼭 말을 그렇게 해야 해?"라며
다툼이 시작됐다

이 경우에도 셴파 개념이 떠올랐다
내 눈에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이 보여도
어쨌든 남편은 성실하게 나를 도와주었고
늦은 시간까지 애쓴 남편에게 굳이 잘못됐다고
화를 낼 필요는 없었다는 것
사소한 사건으로 시작해 남편과 나는 지금
냉전 중이다

정말 가렵다고 자꾸 긁다 보면
나중에는 가려운 부분이 상처가 나서 곪아
터질 수 있다

그냥 부드럽게 아껴 씁시다 라며 말했더라면
함께 열심히 일한 그 시간이 더 값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내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기더라도 무조건 분쟁을 일으키기보다는
셴파가 찾아오더라도 흔연히 넘길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당신은 셴파가 찾아올 때 어떤 태도로
나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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