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그저 멍하니 서서 바라볼 뿐이었다.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이 뒤섞인 얼굴로.
나는 다가가는 발걸음 속에서 생각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화를 낼까, 아니면...
"초등학교에 개를 데리고 오는 법이 어디 있나요? 입마개도 없이, 위험하게. 아이들 공을 저렇게 물어뜯어서 망가뜨렸는데 어떻게 하실 건가요?"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차분했다. 비난이 아닌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 아저씨의 대답은 의외로 간결했다.
"계좌번호 주세요.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
변명도, 핑계도 없었다. 그저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태도였다.
나도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계좌번호를 알려드렸고, 곧바로 송금을 받았다.
거래가 끝나고 아저씨가 떠난 뒤, 나는 아이들의 표정을 봤다.
놀랐던 눈빛이 차분해져 있었다. 뭔가 생각하는 듯한,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듯한 얼굴이었다.
엄마도, 아저씨도 소리 지르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문제를 말하고, 인정하고, 해결했다.
아이들은 이 짧은 순간을 통해 배웠을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엄마, 우리 공이 없는데 축구는 어떻게 해요?"
아이들의 질문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글쎄다. 학교 근처 가게에 공이 있을 수 있으니 엄마가 가볼게. 잠깐 기다려봐."
가게까지 달려갔다. 다행히도 잘 안 쓰는 공 한 개가 있었다.
그 공을 들고 아이들에게 돌아왔을 때,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오늘 하루, 우리는 공 한 개를 잃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었다.
화를 내지 않아도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 차분함이 때로는 분노보다 강하다는 것. 그리고 어른들의 태도를 아이들은 고스란히 배운다는 것.
공을 물어뜯은 개가 준 뜻밖의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