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봅니까? 보고 믿습니까?

by 이광희

당신은 사람이든 상황이든, 어떤 경우에도

먼저 믿고 보시나요?

아니면 보고 나서야 믿게 되시나요?


일반적으로는 직접 보아야 믿게 되는 경우가 많겠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무조건 믿기보다는,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이 일치하는 삶을 지켜보면서

비로소 그를 믿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종교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신앙을 가진 사람으로서 저는,

신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믿는 것이 아니라

신의 존재를 먼저 믿고, 그 가치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이 눈앞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존재를 믿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믿고 보는 것'이 꼭 신앙의 영역에만 해당하는 걸까?

사람에게도 그런 믿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흥행에 성공한 영화감독이 새 작품을 내놓았다고 합시다.

아직 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영화를 믿지 않는 걸까요?


아니면 보기도 전에, 분명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먼저 생기지 않나요?

아마 대부분 후자일 것입니다.


내가 신뢰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했다고 하면

"그 사람이 한 일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야"라며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믿고 달려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믿고 보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저도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돌이켜보면, 한때 저는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인색하게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잘못된 삶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바라보니,

과거의 결핍과 상처로 인해

나도 모르게 작은 것에 집착하느라

정작 큰 것을 놓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내가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었나?' 싶었죠.


처음에는 인정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 겪었던 상처의 시간들을 천천히 떠올리다 보니,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정하고 나니, 스스로를 이해하고 보듬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작은 성공 경험들을 하나씩 쌓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독려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나라는 사람에게도 꽤 괜찮은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릴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런 나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괜찮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언젠가 저도 누군가에게

'저 사람이라면 믿고 볼 수 있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누군가 당신을 떠올릴 때,

두말없이 믿고 보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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