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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해피 May 08. 2023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포장마차가 웬 말이냐

부끄러웠던 내 어린 시절1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의 직업이 너무 부끄러웠다.


아버지는 연세대 성악과를 다니시다 학비를 못내

결국 중퇴하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결혼 후에도 그다지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려웠던

아버지는 집 근처에서 피아노 학원을 차리셨는데

그것도 큰 수익이 없다 보니 폐업을 하시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으셨다고 한다.


 1남 4녀를 키우시느라 너무 힘든 나머지 억척스러운 우리

엄마는 수레를 만들어 빵도 파시고, 신발도 파시며

우리 다섯 형제를 이를 악물며 키우셨다.


그때 나는 엄마아빠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실 늦은 밤이면

혹시라도 사람들이 볼까 두 근 반 세 근 반 가슴이 뛰곤 했다.


또 한 번은 엄마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얘기하시는 것이었다.


"집 근처에서 빵 파는 건 크게 돈이 되지 않으니, 인터콘티넨탈호텔, 현대백화점 앞에서 떡볶이, 순대,

곱창을 팔아 보는 게 어떻겠어요?"

하시는 거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포장마차를 하신다면 내 주변사람들에게

들통나기 쉽겠다 싶어 그 얘기를 듣던 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바로 다음 날 포장마차를 시작하셨다.

지금 돌아보면 엄마의 실행력은 누가봐도 최고 중에 최고였다.


정말 우리 엄마는 용감의 대명사였다.


"먹고사는데 창피한 게 어디 있어?"라고 말씀하시며


백화점 직원들이 우르르 나오는 저녁시간에 

불티나게 떡볶이, 순대, 곱창을 팔았다.


때론 신고 받고 나온 경찰들이 포창마차를 엎어버려서

눈물 콧물 흘리며 집으로 힘없이 돌아오기도 하셨다.


그럴 때면 아버지께서

"이런 추잡한 일 때려치워"하며 라보 트럭을 걷어

차기도 하셨다. 


그런 무능한 아버지가 너무 싫었다. 아니 엄마가 참으로 불쌍했다.


그럴 때면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런 어려움도 없이 어떻게 5남매를 키워?"


이런 실랑이를 벌이며 다투는 엄마 아버지의 모습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부모님이 그때는 왜 이리 부끄럽고 무능해 보였는지


나는 참 철없는 딸이었다.


그렇게 엄마가 매일매일 힘겹게 포장마차를 하시며

우리 5남매는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시게 되었는데...


자궁에 혹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수술을 하셔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포장마차를 하루라도 안 나가면 그 황금자리를

누군가에게 빼앗기는 상황이 올 것이 분명하니


엄마가 고민을 한참 하시며 아버지께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을 하고 계셨다.


그 이야기를 듣던 동생 왈,


"엄마, 걱정 마세요. 엄마는 수술 잘하시고 빠르게 회복해서 돌아오세요,
 저희가 나가서 포장마차는 지킬게요"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는 내 동생이 얄밉게 느껴졌다.


나는 동생의 당돌한 그 한마디에 어쩔 수 없이 동생과

같이 포장마차에 나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혹여라도 엄마아빠를 만나게 될 때면

창피해서 발 빠르게 숨어버렸던 나였는데..


동생의 말 한마디에 이끌려 포장마차를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당시 내 나이 22세, 동생 나이 20세


그렇게 내 동생과 나는 아픈 엄마 대신

오전 6시에는 토스트를 팔고


저녁시간에는 떡볶이, 순대를 팔게 된 것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볼까 봐 노심초사하며

포장마차를 지켜야만 했다. 장사하는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듯 

불안불안했다.


그렇게 두 달여 기간동안 동생과 나는 엄마아빠를 위해 아니 우리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장사를 잘 해냈고 수술 후 회복하신 엄마에게 다시금 바톤을

넘겨 드릴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동생의 용기로 나도 어쩔 수 없이 창피함을 무릅쓰고 포장마차를

지킨 것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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