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많은 우리 가족 클라이밍 도전기
배봉산 무료클라이밍 도전
어릴 때부터 나는 겁이 많았다. 겁이 많고 예민한 나는
조금의 리스크만 있어 보여도 도전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많아서 도전을 안 하다 보니 나이에 비해
이뤄놓은 성과가 없었다. 실패도 없지만 성공도 없었다.
나이 40이 넘어가니 과거 편한 길만 찾았던 나의 삶이
한심하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책과 영상을 보고 있으려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내가 태생적으로 겁이 많다 보니 우리 두 아이들도
예민하고 겁이 많은 모양이다.
평소 집 근처 클라이밍을 1년 정도 해 왔던 아이들인데
모처럼 배봉산에 들러 무료 클라이밍의 기회가
찾아왔는데도 겁을 내고 있던 우리 두 아들.
그에 비해 사촌 동생과 누나가 선천적으로 운동지능이
높아서 인지 학원에서도 특별한 재능이 있단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오늘 사촌들과 함께 배봉산 클라이밍에
도전하려고 하니 두 아들도 시샘이 났는지 먼저 시도하려
애썼다.
2/3 정도 위로 올라간 작은 아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 걸 무섭다며 내려오려고 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니
내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저 정도까지 오르는 것도 힘들었을
텐데, 작은 아이는 저기까지 올라갔구나 싶으니
대견하면서도, 다 올라가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을 보니
아쉬운 마음이 크게 올라왔다.
두 번째 큰 아들 도전. 큰 아들은 작은 아들에 비해
덩치도 크고 몸이 무거운 편이어서 클라이밍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긴 하지만, 작은아이보다 더 겁이 많아서
1/3도 못 올라갔는데 그때부터 무섭다며 내려오려 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촌동생과 누나가 끝까지 성공하는
모습을 보더니 큰 아들도 질투가 났는지 두세 번 도전 끝에
결국 성공하였다.
세 번째는 남편의 도전. 사실 남편은 아이들과 클라이밍
지도 선생님의 설득이 아니었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터.
두 아들을 포함하여 장모님, 조카들이 보는 상황에서
끝까지 못 올라간다면 자존심이 허락지 않을 수 있으니
온몸이 떨리면서까지 성공을 하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처음 클라이밍 해서 성공하니 본인 스스로도
성취감이 큰 것 같았다.
나는 아침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점심을 맞이한 순간이라
핑계 대면서 안 하겠다고 거절을 했다.
어려운 건 시도하지 않으려던 내 원래 모습이 또 한 번
드러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내가 두려워하면서 두 아이들에게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쭈뼛거리며
결국 도전조차 하지 않는 내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졌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다음번에는 반드시
도전해 보리라 속으로 마음먹고 돌아왔다.
오늘 배봉산에서 했던 클라이밍 체험을 통해
한층 성장한 두 아들 모습을 보니
나는 비록 도전하지 않았지만 나보다 나은 두 아들이
왠지 다른 때보다 더 듬직하게 느껴졌다.
행복한 일요일을 보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