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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해피 Nov 26. 2023

고3 때 지구과학 선생님의 한 마디

자신감 없는 나를 숨기고 싶었다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누구보다 어려웠던 나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뭐라 대꾸도 못하고

'착한 아이' '말 잘 듣는 아이' '조용한 아이'의

수식어를 달고 사는 게 정말 지겨울 정도로 싫었다

누군가 나를 보며 "너 정말 착하구나" 하면

속에서 화가 솟구쳤다. 그래도 난 내 모습이려니

그냥 넘기곤 했다.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이 나를

두고 "루샤는 언제나 우리 생각을 잘

받아들여줘서 참 좋지?"라고 말하면 마음속은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다툼 자체를 두려워

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단 그 이유였다.

친구들 이야기가 내 생각과 많이 다르기도 했지만

나는 다수의 의견, 또는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친구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는 힘이

없었다 누군가 나를 보호해 줄 대상이 언제나

필요했다 아마도 초중고 시절에 친구 사귀기가

어려운 탓에 내 옆에 말발도 세고 친구들 사이에서

힘 있는 친구가 나를 좋아해 줄 때면 나는 그때만큼

학교 다니는 게 행복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런 친구를 만난 적이 초중고 합쳐서

단 한번 있었던 것.

전교 부회장이었던 친구가

어느 날 나에게 다가와 "루샤, 너 의외로 재밌다?

나랑 친구 할래? 그래서 내가 대뜸 "응, 난 좋아"

그때부터 그 친구에게 의지를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그 친구와 계속 붙어 있으려 만

하니 그 친구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모여들었고

나는 그 친구가 다른 친구와 노는 것이 정말 싫었다

어느 날, 전교 부회장이었던 그 친구에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었다 "00야, 나는 네가 나하고만 놀았으면

좋겠어! 그런데 자꾸 다른 친구들과 돌아다니고 하니

난 정말 서운해" 그랬더니 그 친구는 "루샤, 난 너도

좋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놀고 싶어. 네가 날 소유할 수

는 없잖아. 난 물건도 아니고 말이야" 하면서

내 앞에서 사라지고는 그 이후 말이 없었다

내가 그 친구에게 오히려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 친구를 소유하려고 했던 게 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일 이후로 그 친구를 잃게 되었다


고3 때 지구과학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들 중 지금 네 성격이 맘에 안 들거나

지금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다면

 대학 가서 너희들 원하는 모습,

너희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성격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단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만 가면 된단다"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 "그렇구나, 내 성격이

싫었는데 정말 잘 됐다. 난 소극적 성격보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되겠구나"


그때 이후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 활력이 생기니

공부도 잘 되기 시작했다 정말 선생님의 한마디가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내 고3생활에 빛을 주었다

그 말 한마디 덕분에 나는 어릴 때와는 다른 내 모습을

상대에게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나를 보는

친구들은 내가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로 생각하는 듯

했다 내가 먼저 새로운 친구에게 말을 걸기 위해

애썼고,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 내가 돈을 먼저 쓰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가 바라는 대로 친구들과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말을 거니 대꾸는 하는 것 같았지만

두 번 세 번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려웠다

아마도 어릴 때 다양한 성격의 친구들과 사귄 적이

많지 않아서인지 어떻게 친구들과 깊은 만남을

가져야 하는지 도무지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고3 지구과학 선생님의 말이 나에게 큰 힘이었지만

결국 대학에 들어와서도 내 소극적인 성격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내가 싫었다

나를 인정하지 않으니 그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 대학생활이 다시금 암울하게 느껴졌다

내가 원했던 대학생활이 아니었다 나는 과거로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았건만. 결국 또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대학생활도 얼른 지나갔으면 했다 

나에게는 언제쯤 행복한 시간이 올까? 그때 생각했다

빨리 결혼을 하는 게 낫겠다. 능력 있고, 성격 좋은

남자를 만나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겠지? 그런데

누가 나를 좋아해 줄까? 소극적이고 내 의견도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소심쟁이를 말이다

그래도 방법은 남자를 만나는 길 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소개팅을 열심히 나가고자 했다

대학 다니는 동안 취업을 할 생각보다는 오히려

소개팅해서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 목표는 이제 명확했다

좋은 남자 만나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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