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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해피 Dec 16. 2023

눈 오는 날 아들이 한 부탁

엄마의 거절

 눈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입니다

아침부터 펄펄 눈이 내리니 들떠 있던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어쩌면 두 아들은 제 마음과

반대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이들은 쌓인 눈을

보며 눈싸움할 생각에 마음이 들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파트 베란다를 열고 눈이 내리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습니다 내 마음속에 낭만이란 감정이

일어나질 않는 걸 보고 감정이 메말라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앞만 보고 달려온 올 한 해를 돌아보니

잠시 잠깐이라도 가족과의 추억을 쌓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텐데. 나는 도전과 경험을

쌓느라 가족과의 추억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엄마, 이런 날은 추억 만들기 딱이에요"

"추억? 추억은 어떻게 만드는 건데?"

"엄마는 우리랑 눈싸움만 같이 해도 추억 만드는 거예요"

"그래? 엄마는 추워서 좀 그런데, 너희들끼리 하면 안 되니? 엄마는 옆에 있어줄게"


엄마의 말에 아들은 뭔가 아쉬운 듯 대답이 없이

엄마가 하자는 대로 그냥 나가기 바쁩니다

추억이 뭔데. 아들은 그 추억에 목말라 있는 것 같습니다

바쁜 엄마랑 무엇이든 같이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항상 바쁘다고만 합니다


성공집착형인 엄마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엄마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옆에는 엄마가 항상

있었으면 하는데, 엄마는 오늘도 아침부터

글쓰기 강의를 들으며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소리만 해 댑니다.


그래도 감동인 것은 큰 아들이 엄마랑 눈이 내리는

길을 걸으며, "엄마 사랑해" "엄마도 아들 사랑해"

하고서 아들에게 묻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아들에게

화내고 잔소리하는데 그래도 사랑해?" 이러니

아들은 "화 안 낼 때는 100프로 사랑하고, 화낼 때는

95프로 사랑해"라고 합니다

혹시나 퍼센트를 잘 못 들었나 싶어 엄마는 또 묻습니다

"화낼 때는 5프로 사랑한다고?"라고 물으니

"아니, 화낼 때 95프로 사랑한다고!"라고 대답합니다


아들에게 별로 잘해주지 못한 것 같은데

큰 아들은 엄마를 이리도 좋아해 줍니다

이런 사랑을 받는 엄마는 오늘도 아들 추억 만들어

주기가 버거운가 봅니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 매정한 엄마인가

싶습니다 그래도 아들이 엄마를 사랑한다는 말에

엄마인 저는 아들에게 희망을 보게 됩니다


아들이 말썽을 피울 때나 말을 듣지 않고 힘들게

때 아들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었습니다

엄마의 마음이 아팠을 때, 우울함이 올라왔을 때

아들에게 잘못했던 모든 일들로 인해

죄책감을 가졌었는데... 아들이 엄마의 과오에

대해 눈감아 주는 것 같아 고맙기만 합니다

아들은 엄마의 과오를 분명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들은 기억력이 매우 좋은 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엄마의 잘못 보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더 크기 때문에 왠지 눈감아 주는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오늘 눈싸움하며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

주지는 못했지만 엄마는 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말 덕분에 추억 하나가 쌓였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주어야 할 추억을

아들이 엄마에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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