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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인해피 Jan 14. 2024

축복 같은 두 아이를 갖게 되자 내가 한 선택

지독한 엄마의 실상

남편과 시댁어른들 모두 나의 고집스러운 결단에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쥐 죽은 듯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지인 중 한 친구가 나에게 한방치료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불임전문 한의원을 소개해 주었다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10년 이상 아이가 생기질 않아 걱정하고 있던

자기 친구가 그 한의원 치료를 한 지 6개월 만에 귀한 아이를

갖게 되었다고 전해 주었다

나는 그 친구의 말을 그냥 믿고 싶었다

나에게도 '희망'이란 게 있다고 그냥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 친구는 부부가 같이 정성껏 침을 맞고 한약을 지어먹을 것을

권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침울해 있던 남편에게 같이 치료를

받자고 제안했다 시험관 시술을 받아들이지 않던 나에게

화가 많이 나있던 남편이 처음에는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불임전문병원에서 자연임신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들었기 때문에

시험관 시술 외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며칠간 남편을 설득해 보았다 남편은 내가 지겹도록 말하는 이야기를

넘길 수는 없었을 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던 방법을 해 보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한방치료를 해보자고 계속 설득에 설득을 거듭한 끝에

남편과 함께 한의원을 방문하였다

그 한의원을 세운 최초 설립자인 한의사를 만나서 상담도 받고

몸상태를 체크해 보았다 

담당 한의사는 나에게 매주 부부 침치료와 지어주는 한약을 열심히

먹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으면 6개월 내로 아이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 처음엔 '6개월씩이나?' 하며 치료비를 계산하니

꾀나 큰 비용이었고 시간도 매주 내어야 하니 정성스러운 마음이 아닌 이상

쉽지는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자연임신으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열의가 컸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열심히 침치료, 한약 먹기 등 한의원에서 하라는 것, 하지 말라는 것을

지켜가며 정성껏 한 달을 보냈다 


그리고 한 달 즈음, 깜짝 선물과 같은 임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한 달 만에? 아이가?" 병원에서도 정말 놀랍다고까지 했다

못해도 3-4개월 정도는 걸릴 줄 알았다고 의사는 말했다

"정말 기적 같네요, 아이가 생길 수 있었던 건 본인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에요"라고 의사는 감동스러운 말을 전했다

우리 부부가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기쁨과 놀라움이 컸다

내가 그토록 바라던 아이, 자연임신으로 갖게 될 줄이야...

불임전문병원에서는 80프로 이상 자연임신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건만 우리가 결국 해내고 말았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나는 임신 소식을 친정, 시댁부모님들께 알리고 행복한 임산부로

지낼 수 있었다 먹는 것도 평소보다 더 좋은 음식을 먹으려 했고

태아에게 좋지 않다고 하는 것들 커피, 식혜 등등 평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아이에게 좋지 않다고 하는 것들은 무서울 정도로 끊을 수

있었다 나는 그토록 내 아이를 갖고 싶었다 간절함이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오죽했으면 시아버지께서 임신소식을 전하자,

"광희 너니까 임신이 된 거야, 네가 의지가 강해서 임신이 된 거라 생각해"라고

말씀을 해 주셨다 그렇다 나는 반드시 자연임신으로 아이를 갖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렇게 내가 원하는 목표가 생기니 어떤 방법으로든 결과를

볼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리고 그토록 기다렸던 아이를 낳고 그 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죄다 해 주려고 했다 지나칠 정도로 나는 아이에게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아이를 위한 옷, 아이 두뇌를 위한 전집 구매, 영유아 교육프로그램 신청까지

정말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1년 후반 즈음인 어느 날 

계획에 없던 둘째 아이가 덜컥 생겼다

첫째가 생기기까진 정말 어려움이 컸었는데

둘째는 너무나 쉽게 생겼다 정말 덤으로 가진 것 같았다

두 아이 모두 아들이었다 나는 둘째가 딸이었으면 했다 

그래도 감사해야 했다 어차피 임신이 힘들었던 우리 부부였기 때문이다

둘째가 생기니 첫째는 어린이집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2개월 차 나는 두 아이를  키우니 쌍둥이 키우는 느낌이 들었다

그 정도로 몸이 힘들었다 큰 아이는 아직도 엄마 곁에 있기를 바라는

어린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내려 하니 

엄마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눈물콧물 쏟으며 억지로 떼어내야 했다

그런 시간이 6개월 이상이 걸렸다 그때 억지로 떼어내려 했던 경험이

아이에게 분리불안을 준 것이 아닌가 마음이 좋질 않았다

언제나 큰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작은아이를 케어해야 했다


나는 일반적인 엄마들과는 달랐다 나는 '지독한 엄마'였다

주변에서 나에게 한 말이다 "너무 지독해,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쉬지 않고 책을 읽어주는 게" 너무 지나쳤다

아니 그때는 몰랐다 내가 편집광 수준인 것을 몰랐다

어릴 때 나는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상처가 깊었다

내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부모에게 제대로 케어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부모가 되면 내 부모처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컸었다

책을 보며 다양한 세계를 알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 책은 어렵고 딱딱한 문자 그 이상도 아니었다

길거리에 버려진 책을 주워다가 우리 형제들에게 읽으라고

해 주었던 내 부모의 모습을 생각하니.

난 절대 우리 아이들에게만큼은

수준별 독서를 시켜줄 거야 하며 나도 모르게 누워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또 읽어주었다 내 목소리는 하도 많이 읽어서

항상 깔깔하고 거친 상태였다

책을 읽어줄 수 없는 목소리 상태일 때면 오디오북을 틀어놓곤 했다

방 안 가득 책만 장난감처럼 깔아놓곤 했다 

책을 구매한 회사에서 받은 교육대로 

장난감을 늘어놓기보다는 책을 늘어놓으면 아이들이

책은 장난감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라고 말을 해서 그대로 하려 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지독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지독한 성향 탓에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책을 많이 읽힌 아이들은 말도 빨랐다

10개월도 안된 아이가 간단한 문장, 어휘가 남달랐다 인풋이 많았으니

아웃풋도 빨랐다 정말 아이의 눈부신 결과를 보며 희열감이 컸다 

내가 한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행복했다 

그게 정말 나의 행복이라고만 생각했다

아이들 교육 이외에도 이유식을 먹이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유기농을 먹이지 않으면 불안할 정도였다

유난스러운 엄마였다 집착이 과했다 그때는 몰랐다

아이가 말을 빨리 하기 시작하니 청담동에서 유명하다던 교육기관에

상담을 받고는 한글을 빨리 떼면 책도 스스로 읽을 수 있고 아이 지능에

매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교육 프로그램에 맞춰 아이를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아이는 플래시카드로 한글을 1달 만에 떼었고 그 시간 동안

아이는 엄마의 강요 섞인 교육으로 다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엄마는 욕심이 지나쳤다 그게 나였다 아이에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았다

똘똘한 아이가 어느 순간 손톱, 발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뭔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큰돈 들여 신청한 교육 프로그램을 안 하기도

어려웠다 돈을 투자했으니 끝까지 해 주어야 했다 아이는 너무 힘들었을 터다

이때 큰 아이부터 작은아이까지 손톱, 발톱 물어뜯기 시작했고 보이지 않던

안 좋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집에서는 공격적인 아이의 말투와 

행동에 부담스러운 의견을 내주곤 하였다 결국 어린이집 선생님의 권유로

모래놀이 상담치료를 받게 되었다 

상처받은 엄마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엄마의 상처를 전유물로 남겼다

결혼 전에는 몰랐었다 내가 그토록 상처가 깊었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이를 키우며 내 상처가 다 드러났다 첫 아이를 임신했다고 기뻐했던

그 시간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시금 불행이 찾아왔다

무엇이 잘못 됐는지 그때는 잘 몰랐다 아이를 키우는데 전념하느라

나 자신은 돌볼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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