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샤인해피 Jan 24. 2024

무작정 집을 나섰다

칼바람 강추위 상관없다

아이들이 내 마음을 건드렸다

어젯밤의 일이다

나는 내 삶의 우선순위 중 건강 제일로 치는

사람이다 어느 누구나에게 건강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맞다 그런데 나에겐 특히나 더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건강전도사 엄마'덕분이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조미료 넣은 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으셨다 그런 덕분에 우리 5남매

키우실 때 건강 음식으로 정성껏 만들어 먹이셨다

어릴 때 엄마가 직접 만드신 카스텔라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 과자, 빵을 안 먹이시겠다며

엄마가 직접 간식도 만들어 먹이셨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때에도 엄마의 억척스러운

행동은 꾸준했다 그런 엄마를 닮은 건 5남매 중

나와 막냇동생이 유일하다

엄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닮아서인지

몸에 나쁜 '정크푸드'는 아이들에게 절대

먹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아이들은 몰래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라면뿐만 아니라 그 외 몸에 해로운

과자부터 햄버거 등 그토록 강조해 온 좋은 음식은

먹으려 하지 않고 입에 달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어제는 정말 화가 났던 이유가 바로

며칠 전까지 몰래 라면 먹지 않겠다던 두 아이가

엄마 몰래 라면을 끓여 먹고, 비밀 공간에

라면을 사다 놓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엄마의 이야기를 무한 것 같아 속상했다

아이들 건강이 가장 걱정됐다

엄마의 마음은 전혀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미웠다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이 된 아이들

너무 어린 걸까? 남편은 아이들 점차 좋아질 거라 말한다

나는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라며 좋은 음식 먹으라

말하는 아이들이 듣지 않는 게 마냥 속상하기만 하다


그래서 잠시 머리를 식히려 집을 나섰다

나 혼자 정리를 하고 싶었다

그냥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칼바람을 맞으며 집을 나서도 좋았다

누군가의 방해도 받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말 안 듣는 아이들 덕분에 나만의 시간 갖게 되니

이 시간이 행복하다

카페라테를 시켰다 카페라테 안에는

조그마한 하트가 이뻤다

카페라테를 마실 때마다 하트가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하트를 꿀꺽 삼켰다

그런데 하트를 삼키고 나니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뿔이 났던 그 마음이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진 느낌이다

내 마음에 들어온 하트가

사랑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속상했던 마음

사랑으로 되돌려 주고 싶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친 걸까?

지나친 프레임 때문인 걸까?

아이들 원하는 삶을 그냥 인정해 줘야 할까?

내가 하나하나 참견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할까?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희들 삶은 엄마 인생이 아니야
네 인생을 소중히 하려면
너에게 좋은 걸 넣어줘야 하지 않을까?


이제 초등4학년, 3학년 아이들에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 일까? 내가 아이들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던 걸까?

아이는 아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엄마의 이야기

알아듣지 못하는 건 당연할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 너희들은 엄마의 의도를 이해하지 모를 것 같다

인정하자. 아이들 모습 자체로 사랑해 줘야지.

아이들 행동 하나하나에 속상해하고 가슴 아파하는 건

이제 그만하자. 지금 혼자 여행하며 나를 돌아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까치상어 잡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