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과 달

by 윤한솔

가로등을 달이라고 착각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캄캄한 밤에 둥근 달님 오신 줄 알고

막막한 밤에 둥근 달님 함께하는 줄 알고

잠시 반가웠다가 잠시 외롭지 않았다가

사실은 차오를 줄도 비워질 줄도 모르는

멍청한 가로등임을 알게 된 후

일순간 얼마나 허망했던가.


어두운 내 마음에 빛 비추러 온 태양인 줄 알았으나

사실은 그을음만 가득한 초임을 알고 얼마나 애가 탔던가.


사랑인 줄 알았으나 사랑이 아니어서

나는 그 어느 날 얼마나 서글펐던가.


*


둥그런 사랑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사랑은 어쩐지 구멍 난 조각보 같아서

당신의 것과 나의 것이 같음을 확인하려면

지난 기억 하나하나를 들여다보아야 했다.

당신만의 사랑 표현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파헤치고, 해석하고, 찾아내고.

내 것과 비슷해 보이는 작은 조각이라도 발견하면

그제야 스스로 안심하는 모습이 퍽 우습고 애처로웠다.

아, 그래도 넌 날 사랑은 하는구나.

사랑 비슷한 것을 일단은 하고 있구나.


되돌려 받지 못하는 사랑과 감사의 고백에도

지칠 줄 모르고 사랑의 증거를 수집하는 일은

나를 위한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를 위한 일도

하물며 우리를 위한 일도 아니었다.

그럼 난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지?

돌려받을 수 있는 마음만 주고 싶은데.

어른이 되면 돌려받지 못할 사랑은

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사랑하는 일을 사랑하는지도.

멍청하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군.


사랑을 사랑하며 사랑하니까 몇몇의 문제는 눈을 감았다.

혹은 나를 탓했다.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란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가 나쁜 사람을 사랑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해.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쁠 수 없는 건 아냐.

때론 나쁜 사람을 사랑하게 되기도 하지.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

그래서 난 매일 당신을 잃는 연습을 해.

그리 대단한 추억을 남긴 것도 아니니,

당신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진실한 거짓말을 해봐.

끝이 이렇게 쉬울 걸 그렇게 어렵게 사랑했네,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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