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을 제거하는 일.

by 고순

속옷은 손빨래가 좋다는 이야기를 몇 달 전에 들은 이후 속옷 전용 울 중성세제를 사서 손빨래를 하고 있다. 목욕하기 전에 따뜻한 물에 세제를 가볍게 푼 다음 입었던 속옷을 담가놓고, 샤워를 다 끝낸 후에 속옷빨래를 마저 했다. 기계가 아닌 내 손으로 움켜쥐고 비비고 짜고 하는 과정에서 작은 기쁨을 느꼈다. —내 몸 은밀한 곳을 감싸주던 더러움이 완벽히 사라질 것 같은 희망까지도.


내일은 아침과 낮의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진 토요일이다. 미뤄왔던 이불 빨래를 오전에 할 생각이었다. 늦잠 자버린 나는 다 뜨지 않는 눈으로 베개와 매트리스커버, 바닥에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을 2번에 나눠서 부랴부랴 세탁기를 돌렸다. 젖은 이불들을 빨래건조대부터 시작해서 커튼봉, 의자 위 그리고 방마다 넘나 드는 문틈 위로 널었는데 빨래를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나의 욕심 덕분에 집은 난장판이 되었다. 나는 보일러 온도를 올리고 선풍기를 강풍으로 틀어 놓고 외출했다.


집에 다시 들어온 밤, 안개같이 은은하게 수분을 머금은 향기가 자연스레 콧속으로 밀려들어왔다. 깨끗한 세탁소에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 이렇게 좋은 향기가 집에 나야 집에 들어올 때 기분이 좋아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다 마른 매트리스 커버와 베개 커버를 씌우고 침대에 이불을 깔았다. 깨끗함과 부드러움이 섞인 편안한 감촉이 오늘은 다르게 느껴졌다.


내 몸의 더러움을 제거하는 것과 내 몸에 닿는 것의 더러움을 제거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고. 손빨래가 단순히 세탁기로 빨래를 돌리는 것과 전혀 다른 감각을 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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