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동네 아래 따스함 속.

by 고순

친구의 손에 이끌려 이름 모를 터널 입구 옆에 있는 작은 카페에 왔다. 박공지붕이 달린 1층짜리 낡은 목조건물이었는데 내부는 허름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함을 머금고 있었다.


전등색 조명아래, 적절하게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 깊게 파인 천장에 어둠을 조용히 머금고 있는 널찍한 보, 낮게 깔린 서정적인 음악, 원목의자와 테이블 아래 녹색의 잔디 러그까지 조화로웠다. 은은하게 퍼져있는 느끼하면서도 중독성 있는 인센스 향을 맡았다. —썩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향기에서 느껴지는 경건한 감각이 좋았다.


계산대 쪽에는 작은 소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수량은 많지 않았다. 펠트인형부터 목걸이, 팔찌, 반지, 부적 등등 물건 하나하나 개성이 넘쳤다. 그중에서 인공 어항이 제일 눈에 띄었다. 가로로 긴 원통형 모양으로 투명색 통 안에 어항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가장 안쪽에 담긴 바닷속 풍경이 담긴 종이와 그 앞에 담긴 물고기가 불규칙적으로 새겨진 투명색 종이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세상이 되어 널찍한 원을 따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청량한 흰빛에 선명하게 비친 그 광경이 아름다워 빤히 쳐다봤다.


카페에는 큰 창문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서울역 철길 아래 세워진 시멘트 벽 앞 골목길을 비췄고, 다른 하나는 터널로 들어가는 입구 쪽 도로변을 비췄다. 그래서 창 밖이 훤히 보였다. 터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은 이 카페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지나갔고 골목길은 동네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인지 걷기 바빠 보였다.


창가 앞 선반 아래 문학동네시인선 책들이 50편 넘게 꽂혀있었다. 친구와 서로 시 몇 편을 가볍게 읽었는데 마음에 와닿는 시가 없었다. 우린 이런저런 느린 이야기를 하다가 찾아온 부드러운 정적에 다시금 카페를 구경했다. 건축에서는 이유 없이 억지로 시공하지 않는 것처럼 이 카페에 꾸며진 소품들 하나하나가 그냥 놓은 것이 아닐 것이다. 사장님은 어떤 마음으로 꾸몄을까. 그 의미를 잠시 상상하며 즐겼다.


카페를 나와 마주한 공기는 손이 시릴정도로 차가웠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름 없는 터널을 지나 서울역으로 걸었다. 아까 카페를 오면서 느낀 것이지만 이 동네는 어딘가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정갈하게 뻗은 도로 옆으로 놓인 무미건조한 빌딩들, 그 뒤로 펼쳐진 삭막한 주택단지, 차와 사람이 없는 적막함, 망해가는 상가와 오래된 간판들까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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