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어디서부터 영향을 받아 쓰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게는 써야 할 이유가 있었다. 매일 일기를 쓰다 보면 빈번히 반성문처럼 돼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짐과 반성은 좋지만 그것에 심취하다 보면 감정에 우울한 냄새를 풍기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일기장에 더도 말고 감사해야 할 것을 딱 세 가지만 적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한 가지와 주변에 대한 두 가지를 적고 있다. 처음에는 세 가지 모두 나 이외의 것을 적었는데,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주변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포함시켰다. —잘한 선택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쩌면 사소할 수도 있는 것부터 시작해 다방면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헬스장이 집 앞에 있는 것도, 아버지가 귤을 보낸 것도,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부드럽고 손에 감기는 키보드도, 10년쯤 쓰고 있는 노트북도, 큰누나가 멸치볶음 반찬을 챙겨준 것도, 시시콜콜한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족들에게도, 늦잠을 잔 뒤 출근한 한가로운 아침도, 푹신한 침대도, 도톰한 겨울 수면잠옷도, 때마침 맞춰온 버스도, 집안의 따뜻한 온도도,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도 등등 막상 적을 때는 몰랐는데 그간의 쓴 감사일기를 되돌아보니 내 삶에 고마운 것들이 참 많다고 느낀다.
그렇게 쓴 것이 지금까지 대략 3개월 정도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글을 쓰기 전까지 시간이 이만큼 지났는지 몰랐다. 그렇다고 감사일기를 쓴 이후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것도 아니다. 그저 감사하는 마음이 쓰기 전보다 조금 늘었을 뿐이다. 처음에는 무엇을 적을지 몰라 머리를 쥐어짜면서 억지로 쓴 적도 있지만 지금은 그것이 왜 고마웠는지 그리고 어떻게 느끼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적다 보니 감사한 마음을 더 고취시키고 있다.
특히 잠자기 전에 일기를 쓰는 나는 감사일기를 쓰고 누우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편안해진다. —감사함이라는 것은 긍정의 감정이기에— 내 마음의 크기가 얼마나 작고 깐깐했는지,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이 감각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계속 적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