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작품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서 몇 장을 찍고 왔다. 그런데 사진이 죄다 망했다.
남들보다 조금 긴 목은 구부정한 자세 때문에 거북목이 되었고, 어깨 한쪽이 축 쳐져있는 불균형한 자세가 그대로 담겨있었다. 카메라를 많이 의식하다 보니 눈을 깜빡이거나 희번덕한 게 많았다. 휘적거리던 팔과 어색한 자세를 취한 모습이 사진에 흐릿하거나 어정쩡하게 나오는 건 덤이었다. —나라는 존재가 세상(카메라)에 어떻게 비치는지 깨닫기도 했다.
나는 카메라울렁증이 있어서 망한 사진을 지우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 익숙하다. 그런데 이렇게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면 나를 재개선하게 된다.
거북목 스트레칭을 다시 시작했다. 바른 자세를 위해 서있거나 앉은 자세가 구부정한 것은 아닌가 하면서 틈틈이 신경 쓰고 있다. 그리고 흐리멍덩한 눈은 약간의 힘을 주어 항상 또렷하게 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울을 보고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나 무표정 얼굴을 연습하기도 한다.
이제 보니 망한 사진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전화위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