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기 위해 침대에서 뒤척거리고 있었는데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거슬리듯 내 귀에 들려왔다. 화장실 샤위기에 맺힌 물이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알고 보니 세면대 밑에 있는 온수공급용 호스가 미세하게 손상되어 배관에 물 한 방울씩 맺혀 계속 떨어진 소리였다. 그 소리가 듣기 싫어 내일은 꼭 고쳐야지라고 다짐했는데 벌써 두 달이나 지나버렸다. 이제는 귀가 적응했는지 언제 마지막으로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다.
어젯밤 씻고 나서 세면대 수도꼭지를 잠그는 순간, 세면대 밑에 스프링클러 소리와 함께 물이 사방으로 솟구쳤다. 나는 올 것이 왔구나라고 본능적으로 알았다. 역시나 온수 공급용 수도꼭지에서 세면대로 연결된 그 호스가 터진 것이었다. 온수 공급용 수도꼭지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끝까지 돌리니 다행히 물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한 방울씩 떨어지던 것이 마침내 폭발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수적천석이 분명했다.
오늘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스패너를 들고 변기와 세면대 사이에 몸을 비집어 넣고 파열된 호스를 천천히 풀었다. 그런데 세면대 바로 밑 호스 쪽 공간이 너무 좁아서 풀기 힘들었다. 무릎과 허리, 어깨, 목도 서서히 아파와서 짜증 났다. 혼자 사는 집이기에 나 아니면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어, 묵묵히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평생 샤워기 호스 말곤 사본적이 없어 세면대 호스를 어디서 사야 하나 걱정했는데 집 앞 만물가게에 갔더니 그냥 팔고 있었다. 사장님 말로는 생필품이기 때문에 호스를 판다고 했다. 아, 나처럼 찢어져서 물이 샌 사람들이 많았구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불편함을 나도 겪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집에 돌아와 새 호스를 연결한 다음 스패너로 위아래 몇 번 조이니 끝이었다. 막상 고치면 별것도 아닌 것을 나는 왜 두 달 동안이나 미뤄왔을까.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진작에 할걸. 낡은 호스 하나를 교체했을 뿐인데 집안의 큰일을 해낸 가장이 된 기분이다—혼자 살기에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맞긴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