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의자.

by 고순

13평 남짓한 우리 집에는 작은방에 하나, 거실에 네 개, 모두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작은방 전신거울 앞에는 이케아에서 산 쓸만하게 생긴 접이식 작은 의자가 놓여있다. 엉덩이의 무게를 어정쩡하게 받쳐주지만 짧게 쓰기엔 나쁘지 않다. 이 의자에 앉아 머리를 말리고, 외출 준비를 하거나 거울 속의 나를 들여다본다.

부엌과 이어진 거실 중간에는 정사각형 크림색의 대리석 식탁 양 옆으로 식탁의자 두 개가 놓여있다. 원목의 색을 진하게 담고 있는 것 전체적으로 깔끔한 의자다. 식탁의자답게 밥 먹을 때 주로 앉는다.


거실 널찍한 베란다 책상 뒤에는 청록색의 듀오백 의자가 놓여있다. 허리를 기댈수록 등 양쪽에 받쳐져 있는 패드가 뒤로 밀리면서 몸을 잡아준다. 이게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앉다 보면 그러려니 적응하게 된다. 그런데 자세를 다시 바로잡으려 할 때면 어떻게 기대야 할지 모르겠다. 이 의자에 앉아 생산적인 시간을 보낸다.


거실 티브이 앞에 회색을 머금은 하늘색의 타원 모양의 러그 위로 흔들의자가 베란다를 향한 채 놓여있다. 파란색 수국 패턴이 그려진 흰 천이 베이지색 가죽 위로 덮여있다. 제일 좋아하는 의자다. 대낮에 머리를 기댄 채 가만히 앉아 멍하니 베란다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평온하기 때문이다. 머리를 기대고 싶지만 눕기 싫을 때 아주 딱인 장소다.


다섯 개의 의자는 각자의 이유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침에 씻을 때는 작은방 의자에 앉고, 식사를 할 때는 식탁 의자에 앉고, 머리를 기대고 싶을 때는 흔들의자에 앉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싶을 때는 책상의자에 앉는다. 내 하루는 의자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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