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들여다본다. 하얗게 죽은 손톱이 꽤 자란 것이 보인다. 개구리 손톱 같은 내 손톱의 라인이 완만하지 않고 약간 찌그러져 있다. 손톱을 언제 잘랐는지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오래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늘 같은 곳에서 손톱을 잘라서 그런가, 기억들이 다 비슷해 보인다.
쓰레기통 앞에 구부정하게 허리를 굽힌 채, 손톱을 반듯하게 자른다. 또각하는 소리와 함께 손톱이 쓰레기통으로 튕겨져 나간다. 쓰레기통 위로 초승달 모양의 죽은 손톱을 본다. 아마도 필요가 없으니 몸에서 떨어져 나갔구나. 필요가 없으니 아픔도 느낄 수 없는 게 당연하구나. 내 몸의 일부를 자르는 것 같아 불편해야 하는데, 아무렇지 않고 시원하기도 한 모순적인 감정이 어쩐지 기묘하다.
손톱을 잘라내는 것처럼 마음에 쌓이는 것도, 잊고 싶은 것도, 버리고 싶은 것도 잘라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씁쓸한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마음에 쌓이는 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듯하다. 시간이 약이라는 뻔한 말처럼 우리는 다른 것들로 마음에 채워 넣어 그때의 시간과 감정을 서서히 무뎌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마음에 쌓이는 것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꽤 슬프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희망적으로 생각했다. 더 좋은 것들로 많이 채워 넣어야겠다고. 그런 슬픈 조각들이 아무렇지 않도록 더 행복으로 희석시켜야겠다고 말이다.
세면대 앞에 선다. 반듯하게 자른 손톱의 틈에 낀 더러움을 제거하기 위해 손을 씻는다. 손세정제로 거품을 내고 칫솔로 앞니를 양치질하는 것처럼 손톱 틈 사이사이마다 깨끗하게 닦는다. 손을 수건으로 닦자 손톱에 긁힐 일 없는 부드러운 손가락 끝의 감촉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