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부터 뒤척거리면서 잠들었지만 결국 제대로 된 잠을 자지 못한 토요일 오전이었다. 정신은 몽롱하고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누운 채 휴대폰 앨범에 들어갔더니 작년 1월 31일의 사진을 내게 보여줬다. 눈이 쌓인 트리가 보이는 카페 밖 풍경의 사진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니 햇살이 따사롭게 거실을 비추고 있었다. 정확히 1년 전, 사진 속 풍경과 다르게 맑고 포근한 오늘의 날씨를 천천히 느꼈다.
거실 바닥에는 새벽까지 술 먹다 잠든 친구들이 얇게 펴진 이불패드 위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2026년 신년회라고 시간을 맞춰 어젯밤에 모인 친구들이었다. 금요일 8시부터 시작된 1차는 통닭을 먹으며 늦은 저녁 배를 채웠고, 2차는 모츠나베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3차는 배도 부르고 시간도 12시가 넘었기에 굳이 다른 데를 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우리 집에 가서 편하게 더 먹기로 했다. 집 앞 편의점에서 소주와 과자 몇 개 그리고 라면까지 사들고 집에 왔다. 그렇게 또 대화를 하다가 나는 새벽 3시에 먼저 잠들었다. 친구들은 새벽 4시 반까지 술을 더 마셨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 시원한 공기를 마셨다. 창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BTTB』 CD를 꺼내 플레이어에 넣었다. 거실에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Opus>의 차분하면서도 희망찬 건반 소리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나는 아침일기를 쓰기 위해 노트북 전원을 켜고 의자에 앉았다. 어제의 시간을 떠올리며 감정을 적어 내려갔다. 무접점 키보드는 조금 격정적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몇 분 뒤, 친구들이 잠에서 깼다. 시간을 보니 정오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 친구가 내게 뭐 하냐고 물었다. 일기를 쓴다고 말했다. 무슨 내용을 쓰냐고 물었다. 일기장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이것저것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는 노트북을 천천히 닫았다.
우리는 동네 베트남 현지인이 하는 쌀국숫집에서 느긋하게 속을 채웠다. 식사를 끝내고 밖으로 나오자, 버스 하나만 타면 집에 바로 갈 수 있는 친구는 반대편으로 향했다. 다른 친구는 버스터미널을 가야 했기 때문에 집 근처 1호선 역까지 바래다줬다. 버스로 30분 거리인 친구도, 속초에서 우리를 보기 위해 5시간이나 되는 거리에서 온 친구도 다 떠나보냈다. 혼자서 집까지 걸어가는 15분 남짓한 길이 왠지 멀게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