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병원에 다녀왔다. 장염으로 고생하던 친구가 상태가 좋지 않아서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가 입원했다고 했다. 아침에 갑자기 입원하게 된 친구는 짐을 챙길 시간이 없어 나에게 자신의 집에 들러 짐을 챙겨 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서울에 홀로 타지 생활하는 친구의 집에 들어갈 사람은 많지 않은 듯했다. 아프면 혼자 있는 것도 서러운데 기댈 구석하나 없는 것이 더 슬프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 병원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었고 영하 10도를 향해가는 온도는 차가웠다. 그래서 그런지 평일 불 꺼진 병원으로 가는 길은 싸늘했다. 1층 로비에 들어오자 필요한 곳에만 불이 켜져 있었고, 환자복 입은 나이 든 사람 소수가 수액걸이를 앞에 둔 채 의자에 앉아있거나 걸어 다녔다. 친구가 있는 입원실에 갈 수가 없어서 1층 로비 의자에 앉아서 기다렸다. 맞은편 기다란 접수대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좌우로 놓인 두 개의 티브이에서 다른 채널의 뉴스가 틀어져 있었는데 각자의 소리가 엉키지 않을 정도로 적당한 볼륨이었다. 몇몇 환자들은 뉴스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앉아있다 보니 친구가 환자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한 손에는 수액걸이를 잡은 채 아주 느리게 내 쪽으로 걸어왔다. 장이 부은 것이기에 큰 병이 아니라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환자복을 안 입어도 환자 같은 얼굴이었다. 친구는 별로 말이 없었다. 말하면 아프다고 했었다. 중간에 토하려고 화장실에도 갔었다. 우리는 삭막한 의자에 앉아 말보다는 침묵을 더 나눴다. 한 시간 반 남짓한 시간을 로비에서 보냈다. 친구에게 몸이 병들어도 정신은 병들지 않았다고, 이겨내야한다고 씁쓸한 위로를 건네고 나왔다.
아까보다 더 고독한 바람이 불어왔다. 몸이 자연스레 움츠려 들었다. 그저께 두꺼운 수면잠옷의 카라에 목이 눌린 채 잠들어 다음날 승모근이 저려온 것이 떠올랐다. 그 통증 때문에 오전 내내 밤잠을 설친 사람처럼 언짢은 기분이었다. 고작 승모근 통증 하나로도 사람 기분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아프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람은 제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입원할 정도로 아픈 친구는 얼마나 답답하고 서러웠을까. 내 위로가 주제넘은 조언이 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죽음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내가 결국은 이곳저곳 아파오는 날이 많아질 슬픈 미래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가장 건강할 때구나. 움츠린 어깨를 피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손을 잠바주머니에 넣었다. 얼어버린 길은 혹시나 미끄러질까 봐 작은 보폭으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