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던 미용실에 머리카락을 자르러 갔다. 1인미용실이라서 갈 때마다 손님은 나밖에 없다. 늘 앉던 가죽의자에 앉는다. “이번에는 어떻게 자를까요?”라는 말에 “전처럼 해주세요.”라고 대답한다. 머리에 관해선 몇 마디 할 것이 없다. 척하면 척이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레 대화를 주고받는다. 나보다 대략 5살 정도 많아 보이는 그 미용사와 공통점은 많지 않지만 결은 비슷하다. 영화라던가, 운동이라던가, 주말에 뭐하는지, 뭐 했는지, 어디가 좋은지, 남녀관계에 대해서 등등 그런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은 파마를 하러 왔기 때문에 머리카락 컬을 말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다른 손님이 들어온다. 그 손님도 나처럼 말하기를 좋아하는지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안 사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둘의 대화가 내 귀에 또렷하게 들려온다. 나와 했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러고 보니 미용사는 오는 손님마다 이렇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원하든 원치 않든 어쨌든 일이니깐 사람을 응대하는 일이니깐 조금은 피곤하겠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2년 넘게 다니는 미용실, 사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은 사적으로 얽혀있지 않는 관계다. 사장님과 손님 그 정도의 선을 지키며 서로를 대하고 있다. 내가 여기에 오지 않거나 미용실이 멀어진다면 우리의 관계는 과거로 남게 된다. 그렇게 과거로 떠밀려간 관계들이 얼마나 많을까. 문득 우리가 나누는 말들이 상투적인 건 아닐까 싶어 괜히 씁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