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by 고순



석모도에 바람을 쐬러 갔다. 아무 계획 없이 찾아간 민머루해수욕장은 바다가 아니라 갯벌이었다. 선명한 햇살과 맑게 개인 하늘, 거친 바람이 나를 반겼다. 갯벌 너머 수평선까지 막힘없이 길게 쭉 이어진 평야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모래가 푹, 푹 꺼지는 푹신한 감촉을 느끼며 해안가를 걸었다. 걷다가 발밑의 자그마한 돌들을 봤다. 가까이서 보니 일반 돌과는 다르게 광물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매끈하고 오묘한 색감이 마음에 들어 모양이 반듯한 돌 몇 개를 챙겼다.


그다음 보문사에 갔다. 입구부터 보문사까지 언덕이 가팔라서 오르는데 힘들었다. 차근차근 올라가면서 시계방향으로 절들을 구경했다. 황금 거북이와 황금 용도 보고, 누워 있는 불상부터 동굴 안에 있는 불상 그리고 크고 작은 다양한 불상을 봤다. 보다 보니 내 눈에는 다 비슷해 보였다. 이것이 이것 같고, 저것이 저것 같았다.


보문사 극락보전 오른쪽 뒤에 가파른 계단이 보였다. 거기서 고개를 올려보니 산 위에 보이는 큰 바위와 황금색의 연등들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곳에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을 것 같았다. 정상까지 성큼성큼 걸었다. 몸에 열이 나 외투를 벗은 채, 반팔 차림으로 올라갔다. 약간의 열기를 머금은 상태에서 바람이 내 몸을 스치는 게 시원하고 좋았다. 겨울인데도 여름의 감각을 느꼈다. 중간 쉼터에 서서 서해바다의 풍경을 보기도 했다. 날이 좋아 수평선 위에 떠 있는 섬들까지 훤히 보였다.


정상에 도착하니, 커다란 눈썹바위 암벽에 높이 10미터 정도 되는 마애보살좌상이 조각되어 있었다. 큰 귀와 동글동글한 얼굴 형태는 정감이 가는 얼굴이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오는구나. 올라오기 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경건한 마음으로 절을 하는 사람도 보였다. 나도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가만히 서서 눈을 감고 소원을 빌었다.


해안가 도로를 따라 석모도와 강화도를 빠져나오는 길, 오후 5시의 서해바다는 만조가 되었다. 아까 다녀온 민머루해수욕장이 떠올랐다. 파도소리가 들렸을 텐데. 오늘 석양이 아름다웠을 텐데.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자동차는 점점 해안가와 멀어지고 있었다. 태양은 한층 더 강렬해져 바다 위의 윤슬이 크게 번졌다. 나를 향해 일자로 쭉 뻗어 있는 성스러운 빛의 길이 내게 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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