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무게.

by 고순

얼마 전에 가볍게 매고 다닐 적당한 가방을 하나 샀다. 사고 나니 가방에 작은 인형 키링을 걸고 싶어졌다. 내가 갖고 있는 키링이 좀 있는데 인형 키링만 없었다.


소비는 소비를 불러오는 건가.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이미 갖고 싶은 욕구가 솟았으니 말이야.

나는 끝을 봐야 했다.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특히 나만의 무언가를 갈구하는 내 성격상, 만족스러운 것을 찾으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키링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취향을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했다.

내가 산 것은 10cm 남짓한 갈색의 날개가 귀엽게 달린 단순하게 생긴 녹색 용 인형 키링이었다. 귀여웠다.(그럼, 누가 골랐는데) 사실 이 키링은 재작년 오사카에서 마주친 녀석인데 그때 사지 않아서 미련이 남았었다. 그런데 결국 돌고 돌아 내 품으로 왔다.


평일에는 가방을 안 들고 다녀서 그전까지, 녀석을 눈에 잘 보이는 데다 두고 싶어서 신발장 손잡이에 걸어놨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귀여웠나, 작은 방을 들어가려다 무심코 그 녀석이 너무 귀여워, 인형 코에다가 내 코를 비비적거리며 함박웃음을 짓었다. 나는 이 행동을 하고 나서 놀랐다. 순박하고 소녀 같은 내 감성이 갑자기 쏟아져 나오다니, 이런 행동을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였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귀여움 감정은 퇴색되지 않는다는 건가, 역시 사랑의 끝은 귀엽다로 귀결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귀여운 것을 더 이야기하자면 우리 집에 장난감들이 좀 있다. 네모난 액션 가면 인형이라던지 더그 인형, 스펀지밥 피겨, 톰과 제리, LP플레이어 레고, 가챠 장난감, 만화책, 낙타인형, 강아지 도자기, 지브리 장식품 등등 말이다. 그래서 집에 하나 있는 전용 장식장에 가지런히 전시해 두었다. 그런데 그것이 좀 쌓이게 되니 장식장이 너무 조잡스러워졌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게 아니라 설거지거리처럼 심술부리며 뭉쳐있는 느낌이랄까. 아마도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이 미술관에 놓인 전시품처럼 넉넉해야 미학을 더 뽐낼 수 있는 법이다.


이참에 다 덜어내고 필요한 애들만 널찍하게 올려놨다. 그러고 남은 애들을 어떻게 할지 몰라서 책상 구석에 두었다. 그렇게 쌓인 자질구레한 장난감들 아마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겠지. 너네들도 지금의 녹색 용 인형처럼 나의 예쁨을 듬뿍 받았을 때가 있었을 텐데,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신세가 참 말이 아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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