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고, 마음으로 웃는다.

by 고순


인생에서 음악을 빼먹지 않고 살았던 내가, 음악에 대한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고 느낀다.


시처럼 적힌 가사를 좋아하던 나였는데 요즘 그나마 듣고 있는 것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BTTB> 앨범이다. — 2달 정도 이 앨범만 듣고 있는 듯하다. — 이 앨범은 가사가 없는 피아노 반주곡이기에 내 마음대로 가사와 분위기를 상상하는 맛이 있어서 사람 말보단 악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적적하기 아쉬울 때만 헤드셋으로 가끔 듣고 있어서, 노래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채로 듣고 있는 것이 어쩐지 아쉽기도 하다.


최근에 좋아하는 가수가 새로운 앨범을 냈다는 소식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어떤 노래로 나를 설레게 할까 하는 기쁜 마음으로 나는 그 앨범을 바로 찾아들었다. 달라진 노래 분위기가 낯설었지만 그럼에도 내 취향인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모든 노래가 설렘이 아니라 익숙함과 무미건조함 사이로 애매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기쁜 마음으로 재생시킨 것과는 반대로 아무런 청각적 반응을 경험할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은 꼭 신곡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예전에 좋아했던 노래들도 요즘 다시 들어보면 심심하게 들린다. 그저 그런 노래로 남아버린 것 같은 기분. 그때 그 노래에 빠져 살았던 달콤한 기억, 세상에 있어도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상상과 망상의 아름다운 영혼들이 내 귀에 밀려 들어와 나를 즐겁게 했는데, 이제는 과거로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그때의 감각을 다시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불쾌한 기분, 미적지근한 맹물처럼 변해버린 노래들이 조금 슬펐다.


음악에 대한 일련의 경험들이 내게 어떠한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모든 것은 찬란할 때가 있고, 질려버리고, 식어버리고, 사라지기 마련이라고. 젊음과 청춘을 열광하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과 내가 조금씩 비슷해지고 있다고, 내가 그 사람들이 건넨 손을 잡고 조금씩 멀어져 가는 중에 겁을 먹고 있다는 사실도. — 내 청춘과 젊음이 사라지면서 내게 무엇이 남길 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 모든 것들이 내 귀에 슬프게 들리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나는 음악을 가까이 두고 살 것이다. 그렇게 채워진 시간들이 옅어진 웃음으로 내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닫혀있는 귀를 다시금 열 때가 온 것 같다. 좋은 음악을 찾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