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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Jun 11. 2024

경찰은 고소인인 당신의 편이 아니다

고소장 작성법

먼저 경찰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런데 원래부터 경찰의 업무 과중이 문제가 되고 있던 상황에서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 등의 일련의 변화로 인해 경찰 권한이 늘어난 만큼 일도 더 많아졌다는 점에 주목해 봅시다. 또한 민사소송 등에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억지로 무리하게 고소하는 경우도 있는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봅시다.

이러한 점들이 의미하는 바는 경찰의 가용 가능한 시간에 물리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결국 경찰이 여러분들의 사건에 할당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경찰관 1명당 한 달에 3~40건을 처리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언론이 주목하는 사건이라도 생겼다 싶으면 여러분들의 사건은 완전히 후순위로 밀려날 것입니다. 따라서 어설프게 고소하면 경찰이 아예 안 받아주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런 어설픈 고소장으로 고소한 경우 경찰이 범죄가 안된다고 판단하여 불송치 결정을 해버릴 가능성이 높을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이걸 뒤집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한 이의신청이 가능하지만 이것 역시 거의 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상황은 방심하고 시작하여 이미 거의 넘어간 팔씨름의 상황에 비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고소를 진행하고자 하는 경우 처음 고소장을 작성하는 단계부터 변호사와 함께 하는 게 가장 좋을 것이나 사정상 혼자 해야 한다면 정말 제대로 준비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혼자 준비하셔야 하는 분들을 위한 고소장 작성법! 바로 시작합니다.     


고소장은 이렇게 작성하면 된다



tip!


고소장 역시 법에 정해진 양식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양식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면 고소인이나 이를 받는 경찰이나 모두 편할 것입니다. 참고로 결국 고소장은 경찰이라는 사람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손글씨로 적기 보다는 보기 편하도록 타이핑을 하여 제출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양식은 아래의 경로에서 다운 받아 작성합시다.     


○ 경찰 민원포털(minwon.police.go.kr) → 고객센터 → 민원서식 → 수사 → 고소장

○ 대한법률구조공단(klac.or.kr) → 법률서식/상담사례 → 형사소송

※ 대한법률구조공단의 경우 고소장 표준서식 이외에도 참고할 만한 고소장 예시들이 많으므로 보다 유용하다고 할 것입니다.     



1. 고소인     


자신의 인적사항을 적으시면 됩니다.     


2. 피고소인     


가해자의 인적사항을 최대한 적고 모르면 모르는 데로 남겨두면 됩니다. 이름도 모르면 ‘성명불상’이라고 기재하면 됩니다.

인적사항 기재가 부족하더라도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댓글 명예훼손 사건의 경우라면 외국의 업체라 협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아래 범죄사실에 기재해야 하는 범행시간과 장소 그 방법 등을 통해 경찰이 영화에서 보듯 CCTV를 확인한다거나 교통카드,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추적해서 가해자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고소취지     


죄명이 들어가야 하는데 좀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경제 관련 범죄는 상당히 까다로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검색을 통해 알아보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소장 단계에서 죄명이 죄와 정확히 일치해야 하거나 고소장상 죄명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예상되는 죄명을 적고 ‘기타 피고소인이 한 범행에 해당하는 죄명으로 처벌하여 주십시오’라는 취지의 문구를 추가로 기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할 것입니다.     


4. 범죄사실     


범죄사실에는 범행일시, 범행장소, 범행방법, 결과를 기재합니다. 구체적으로 적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고소이유에서 함께 설명합니다.     


5. 고소이유     


고소이유에는 고소인과 피고소인간 관계, 사건경위, 구체적 범행방법(무슨 말,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 결과, 내가 고소에 이르게 된 이유 등을 기재합니다.

육하원칙에 맞춰서 작성하는 것은 기본이라 할 것이며, 일관되게 작성하여야 합니다. 또한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라면 어느 손으로 어느 부위를 어떤 식으로 얼마 동안 몇 번 만졌다 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자세히 적어야 합니다.

한편 구성요건(범죄를 구성하는 요소)에서 요구하는 내용이 모두 들어가야 하는데 이에 맞춰 쓰기 위해서는 법조문을 잘 들여다 보면서 위에서 소개한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있는 관련 고소장 예시를 참고하면 될 것입니다.     



tip!


다만 정말로 작성하기 어렵다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행위를 하였다는 것을 표의 형태로 혹은 그에 준하는 형태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들 하는 실수로 자신은 사건의 당사자라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어 등이 빠져있는지 아예 인식도 못한 채 잘 적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실수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므로 표의 형태로 준비를 하거나 실제로 이러한 형태로 제출해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편 억울한 심정 때문에 적시되어야 할 사실관계가 아닌 부분에 과도하게 노력을 할애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부분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고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고소인 입장에서야 ‘누가 봐도 분명히 범죄’니까 대충 써도 알아본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경찰의 시간도 소중하니까요(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6. 증거자료     


주장만 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재판은 증거싸움이기 때문이죠.     

범행당시의 상황이 녹음이나 녹화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게 없다면 이후에라도 가해자나 관련자와 통화 등을 하여 녹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최대한 증거를 확보하여야 합니다.

만약 녹음본을 갖고 있다면 그대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속기사무소에 보내서 녹취록이 작성되도록 하여 녹취록을 보냅니다. 한편 제3자의 증언이 필요한 경우 나중에 말이 바뀔 수 있으니 미리 사실확인서를 받아두거나 미리 그와 관련한 대화를 녹음하거나 메시지를 주고 받아 캡처해 두는 등의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증거는 분실위험 등이 있기 때문에 항상 복사본을 만들어 두고 제출시 원본을 제출하거나 복사본을 제출하면 됩니다.     



tip!


고소장은 상대방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볼 수 있는 자료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조사받기 전 고소장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따라서 고소장에 범죄사실만 기재하고 증거는 기재하지 않고 제출하지도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나의 무기를 숨기는 전략인바 미리 나의 무기를 오픈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증거자료는 나중에 고소보충의견서 형태로 경찰조사시 추가 제출 가능하기 때문에 고소장 단계에서 증거 관련 사항을 미리 적시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범행사실 등은 디테일하게 잘 작성한 걸 전제로 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만약 범죄사실까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면 이러한 고소장은 앞에서 언급한 어설픈 고소장으로 보이게 되어 문제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제출할 곳     


대부분의 경우 검찰청이 아니라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면 되는데 가해자 주소지(살고 있는 곳) 근처 경찰서에 제출하면 됩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곳 근처 경찰서에 제출하게 되면 어차피 사건이 이송되어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가해자 주소지를 모른다면 피해 장소(범죄지) 관할 경찰서에 제출하면 됩니다.     



tip!


√ 관할 경찰서 찾는 방법     


경찰 민원포털(minwon.police.go.kr) → 경찰관서 찾기 → 가해자의 주소지 입력     



기타 날짜 등 양식에 나와 있는 필요한 사항들을 작성하면 됩니다.     



더 알아보기     


√  무고죄로 역고소 당하면?     


무고죄로 역고소 당하면 어떻게 하나 불안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소장을 허위로 작성한다거나 고소 이후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것입니다.     


√ 고소장 제출 이후 간략한 절차 개관     


○ 고소인 조사 : 고소인이 먼저 수사기관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고소장을 최대한 잘 적되 완벽하게 작성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 피고소인 조사 : 고소인 조사 이후에 가해자를 불러서 경찰관이 조사를 하게 됩니다. 

○ 경찰 조사가 끝난 후 담당 경찰관이 사건에 대해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검찰청으로 송치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불송치결정을 합니다(검찰청으로 사건을 송치하지 않습니다).

○ 이러한 결과에 대해 고소인에게 통지를 해주고, 수사결과 통지서를 우편으로 보내 줍니다.

○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소인은 이의 신청 할 수 있는데 신청기간에 제한은 없습니다. 고소인이 통지받은 내용을 검토 후 반박할 수 있는 증거자료를 마련하여 이의 신청을 하면 담당 경찰관이 사건을 검찰청으로 보내게 되어 있고 검사가 다시 한번 판단하게 됩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고소장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양식을 다운받아 타이핑하여 작성한다.

2.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3. 경찰들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완전히 떠먹여 주는 수준으로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4. 억울한 점은 고소인 조사 때 조금씩 얘기하면 되므로 일단은 사실관계 위주로 자세히 정리한다.

5. 이것저것 어렵고 귀찮다거나 같은 시간을 더 중요한데 활용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 고소장 작성 단계부터 변호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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