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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헌재 May 10. 2024

어벤져스(복수자들)가 팀이름을 바꿔야 하는 이유

위법성조각사유

이제 히어로들의 활약이 끝나가고 있으니 정산을 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들에 의해 벌써 최소 지구는 수천 번, 우주는 수백 번은 박살이 났으니 아무리 히어로라지만 이렇게 지구를 파괴하고 악당들을 폭행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인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히어로들이 처벌받지 않으려면 왜 팀 이름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한 해답, 그것이 바로 위법성조각사유입니다. 일단 용어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아는 정당방위가 대표적인 위법성조각사유이니 이 점을 떠올리며 출발합시다.      


범죄는 구성요건위법성책임으로 성립된다     


범죄는 법조문에 규정된 범죄행위, 즉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이 있고, 책임이 있으면 성립하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순차적으로 판단합니다. 여기서 특히 위법성이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가 법질서 전체의 입장과 객관적으로 모순·충돌하는 성질을 말합니다. 조금 어렵게 풀어 설명했지만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 위법성 맞습니다.

그런데 법에서 금지하는 범죄행위는 일반적으로 당연히 위법할 것입니다. 따라서 구성요건에 해당하면 위법성도 있을 것이라고 으레 판단하게 되는데, 이렇게 추정되는 위법성을 배제하기 위해 ‘위법성조각사유’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법성조각사유는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입니다.     


위법성조각사유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의 위법성을 배제하는 특별한 사유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위법성조각사유는 위법하다고 평가되는 행위가 특별한 상황으로 인해 정당하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요소들인 것입니다. 이걸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위법성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가 될 것입니다. 즉 일반적으로는 위법한 행위일지라도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다면 그 행위가 위법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tip!     


정당방위 외에도 형법상 위법성조각사유로 정당행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등이 있습니다.     

위법성조각사유는 객관적 정당화 상황과 주관적 정당화 요소로 구성된다     

위법성조각사유는, 예를 들어 ‘괴한이 나를 공격한다’는 객관적 정당화 상황에서 ‘내가 괴한이 공격하는 것을 알았으니 그에 대해 내 몸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겠다고 생각하고 반격’하는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있어야 위법성을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tip!     

책임조각사유라는 것도 있습니다. 이는 위법성조각사유와 비슷하게 일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보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책임질 필요가 없게 해 주는 사유를 말합니다.     


어벤져스라는 팀 이름을 바꿔야 하는 이유는 주관적 정당화 요소’ 때문이다     


우리는 길고 길었던 위법성조각사유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마침내 어벤져스라는 팀 이름을 바꿔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복수’라는 것에는 ‘주관적 정당화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게 되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고 결국 히어로들은 ‘정의(?)’로운 행위에도 불구하고 처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와 공생하기 위해서는 히어로들의 팀 이름을 바꾸는 게 좋을 것입니다.     

한편 정당‘방위’의 경우도 ‘반격’은 가능합니다. 다만 그게 지나치면 ‘과잉방위’라는 것에 해당될 수 있어 처벌의 가능성은 남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히어로들도 처벌을 피하려면 적당히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아무튼 법적으로는 <저스티스 리그>가 더 좋은 이름인지도 모르겠네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인정에 인색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분쟁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맞서지 말고 회피하는 게 최선입니다.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범죄는 구성요건, 위법성, 책임으로 이뤄진다.

2. 법조문에 나와 있는 행위, 즉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일단 위법하다고 판단된다.

3. 그러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해 주는 사유가 바로 정당방위 등의 위법성조각사유이며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면 처벌되지 않는다.

4. 위법성조각사유는 객관적 정당화 상황과 주관적 정당화 요소로 구성되는데 하나라도 결여되면 여전히 위법성이 있게 된다.

5. ‘반격’을 하는 것은 가능하나 ‘복수’라는 것은 주관적 정당화 요소, 즉 방위 등의 의사가 결여되어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게 되어 여전히 처벌될 수 있으므로 히어로들은 팀 이름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6. 우리나라에서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인정에 인색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분쟁 상황에서는 도망치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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