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서장 어딨어?! 강 서장 대꼬와!”
경찰 조사 잘 받는 법
“상처를 치료해줄 사람 어디 없나 가만히 놔두다간 끊임없이 덧나”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래퍼 아웃사이더의 ‘외톨이’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입니다. 위 가사처럼 경찰 조사를 잘못 받고 가만히 놔두면 사건이 끝날 때까지 끊임없이 덧나는 상황이 초래됩니다.
또한 요즘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온 신참 경찰이 최익현(최민식)을 때린다든가 최익현의 “내 누군지 아나?”와 같은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수사기법이 보다 정교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우리도 그만큼 철저히 준비한 다음 조사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는 이러한 경찰조사를 잘 받기 위한 10계명에 대해 알아봅시다.
먼저 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해라
사건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무죄(무혐의)를 주장하는 방향, 둘째, 유죄를 인정하되 피해자와 합의하는 방향, 셋째, 유죄를 인정하되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는 방향입니다.
일단 마음을 정하면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가 정해지므로 먼저 자신의 사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으면 하는지에 대해 위와 같은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만약 유죄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면 추가적으로 유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토바이 운전자가 ‘보복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경우, ‘나는 상대방 자전거와 스쳐 지나간 후 길을 잘못 들어 진로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서 방향을 돌려 상대방 자전거를 따라갔을 뿐이고 노면 상황이 좋지 않아 우연히 상대방 자전거 옆에서 휘청거렸을 뿐이다’라고 주장할지 아니면 설사 억울한 측면이 있더라도 CCTV가 있고 객관적으로 보복운전으로 보이니 ‘상대방 자전거가 길을 비켜주지 않아 사고가 날 뻔하여 따지기 위해 돌아간 것이 맞지만 상대방이 넘어져서 다칠 것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할지 먼저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아래에서 살펴볼 ‘말에 일관성’ 역시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사건이 돌아가는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 이런 기본 방향은 나중에 바꿀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영상녹화를 요청해라
번거롭다거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영상녹화를 요청 안 하는 경우가 많으나 특히 변호인이 없는 경우 영상녹화를 요청하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만약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당장 조사를 중지시키고 국가인원위원회나 경찰청 내에 있는 청문감사실에 ‘진정’을 하면 되는데, 영상녹화는 이러한 진정을 함에 있어 필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내 편이 아님을 명심하라
경찰은 판사처럼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경찰은 범죄자를 잡고 범죄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사람임을 명심합시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경찰이 잘 대해주면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여 마치 고해성사하듯 모든 걸 고백하지 말고, 오히려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더 신중하게 조사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경찰들은 먼저 잘 대해주면서 긴장을 풀게 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여 방심하게 해서 모든 이야기를 하게 하는데, 나중에 이러한 이야기들이 수사보고서에 다 적혀 있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찰은 내 편이 아님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한다면 위와 같은 수사기법에 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황하지 말고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자
대부분은 경찰 조사를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긴장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단어를 선택하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백하는 진술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항상 침착하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해야 하는 것입니다.
묻는 말에 대해 답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며 필요한 말은 다 하라
경찰 조사를 받으면 억울하다는 생각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조사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결국 정작 필요한 말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묻는 말에 대해서만 대답합시다.
또한 쓸데없는 말을 하다가 말실수를 하고 꼬투리를 잡힐 수 있으니 절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고, 그 시간에 필요한 말을 빠뜨리지 않고 모두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일관성 있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
순간을 모면하려고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해도 경찰은 이미 확보한 객관적인 자료를 들이밀며 사실을 추궁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후 나의 모든 말들에 신빙성이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말에 일관성이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특히 성범죄사건에서 더욱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유도신문에 주의하자
경찰이 영화에서처럼 막 윽박지르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유도신문 같은 수사기법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아래와 같은 예를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돈 안 갚은 것 맞죠?”
“그 때는 갚을려고 했는데 사정이 나빠져서...”
“어쨌든 돈 안 갚은 건 맞잖아요?”
“갚을 생각이었고...”
“그게 사기에요! 사기치셨죠?”
“네...”
결국 내가 사기를 인정한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만약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실제 조서에는 “사기치셨죠?”, “네...”라는 마지막 부분만 조서에 기록될 수도 있는데, 이것은 아래에서 살펴볼 조서 열람을 제대로 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필기를 하면서 경찰 조사를 받자
필기를 하면서 경찰 조사를 받으면 한 번 더 생각하고 정리하면서 말할 수 있기 때문에 말실수를 줄일 수 있고, 동시에 아래에서 살펴볼 조서 열람에서 활용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노트를 준비하여 필기를 하면서 조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노트는 미리 준비하여 가도 좋고, 아니면 각 경찰서에 비치된 자기변호노트를 활용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조서 열람을 꼼꼼히 제대로 하자
경찰은 속기사가 아닙니다. 경찰은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적지 않는 것입니다. 즉 조서는 ‘꾸미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서를 열람할 때는 자신이 노트 필기한 내용과 비교하며 꼼꼼하게 읽고, 잘못된 부분을 짚어 내야 할 것입니다. 이때 일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라도 나중에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니 정확하게 고쳐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위에서 예를 든 “사기치셨죠?”, “네...”의 상황에서는 반드시 그러한 대답에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한 것 역시 조서에 남도록 하는 등 조서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내 의도대로 조서에 기재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한편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경찰이 조서 내용을 고쳐주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서명날인을 하지 말고 조사를 받지 못하겠다고 하며 항의하면 됩니다.
tip!
경찰조사를 받은 이후, 내가 진술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해당 피의자신문조서를 등사해 둡시다.
참고로 정보공개청구는 정보공개포털(https://www.open.go.kr)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내 권리는 내가 지키자
이것만 알면 됩니다!
1. 먼저 내 사건의 방향을 결정해라.
2.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영상녹화를 요청해라.
3. 경찰은 내 편이 아님을 명심하라.
4. 당황하지 말고 항상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자.
5. 묻는 말에 대해 답하고 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며 필요한 말은 다 하라.
6. 일관성 있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라.
7. 유도신문에 주의하자.
8. 반드시 필기를 하면서 경찰 조사를 받자.
9. 조서 열람을 꼼꼼히 제대로 하자.
10. 내 권리는 내가 지키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