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성실 Apr 02. 2021

다시금 효과성을 말하다.

멈추면 보이는 시간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을 보면 여러 시를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그중에 한 시가 눈에 확 들어왔다. 강미정 동화작가가 쓴 '잠시 두기' 시이다. "흙탕물 잠시 두면, 저절로 맑아집니다. 생각도 잠시 두면, 저절로 맑아집니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데 뒷부분에 이렇게 덧붙이고 싶었다. "시각을 잠시 멈추면, 시간이 비로소 보입니다." 시각을 잠시 멈추고 시간을 보는 거다. 멈추면 보이기 시작하고 보려고 할 때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세상은 너무 많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중에 멈추면 안 된다는 소음도 들려온다. 움직이지 않으면 다그치고 서두르지 않으면 불안하게 만든다. 꼭 들어야 하는 신호보다는 유혹하는 소음에 휩쓸린다. 어느 순간 마음에 여유까지 빼앗기고 허겁지겁 앞만 보며 달려가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잠시 멈춤이다. 멈출 때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여유는 공간을 만들고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지금까지 사용한 시간을 깊이 보면서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한다.


내가 올라가야 할 사다리는?


잘못된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프랭클린 플래너를 쓰는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라는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사다리를 끝까지 다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잘못 걸쳐졌다는 것을 깨닫는다.’라는 문구가 있다. 이 말은 어떻게 하면 사다리를 빨리 올라갈지 생각하다 보니 다 올라간 후에야 사다리가 잘못 걸쳤다는 걸 알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다리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올라갈지 생각하기 이전에 사다리를 어디에 둘지 결정해야 한다. 업무 현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빨리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까?'와 같은 자원 중심의 효율성보다 제대로 된 업무를 하고 있는지 방향 중심의 효과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방향성이 기초하여 정말 해야 할 일에 시간을 사용하는 거다.


눈 크게 뜨고 봐야지~!


시각을 잠시 멈췄다면 여유를 가지고 나의 시간을 살펴보자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 보는 거다. 진단 결과 뭔가 이상하다고 판단되면, 사다리를 잘못 세운 것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조급한 마음은 내려놓아도 괜찮다. 달성할 목표를 재확인하고 올바른 사다리를 다시 세우면 된다. 사다리는 다시 세우기 전에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 혼란을 주는 사다리들을 먼저 치우는 거다. 사다리를 놓는 과정뿐 아니라 올라가는 도중에도 계속 방해를 한다. 만약 치우지 않고 사다리를 놓는다면 다른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도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계획에서 출발하지만, 효과적인 사람은 시간에서 출발한다.' 필요한 사다리를 놓는 건 계획이며, 불필요한 사다리를 치우는 건 기록과 분석이다. 기록과 분석 단계 없이 무작정 계획만 세운다면 불안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계획이다. 따라서 내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시간에서 출발해 기록-분석-계획-행동 순으로 진행하면 올바른 사다리를 세울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까지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