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

by 생각의정원

예전 집 근처에 작은 빵집이 하나 있다. 간판도 소박하고, 인테리어도 특별할 게 없다. 그냥 오래된 빵집. 하지만 나는 토요일 아침이면 꼭 그곳에 들른다. 빵을 사러 가는 건지, 아니면 그냥 가고 싶어서 빵을 핑계 삼는 건지 잘 모르겠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익숙한 냄새가 난다. 갓 구운 빵 냄새. 버터와 밀가루가 섞인 그 냄새는 어떤 향수보다 강렬하다. 어릴 적 학교 앞 빵집, 대학 시절 하숙집 근처 베이커리. 그런 기억들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주인 아저씨는 늘 같은 자리에 계신다. 카운터 뒤, 작은 의자에 앉아서. 손님이 들어오면 천천히 일어나신다. "어서 오세요" 하시는 목소리도 천천히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이 빵집의 시간은 바깥 세상과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나는 보통 식빵 하나와 소보루빵 두 개를 산다. 가끔 크림빵도 하나 집는다. 아저씨는 빵을 하나씩 종이봉투에 넣으신다. 비닐봉지가 아니라 갈색 종이봉투. 요즘은 보기 힘든 것이다. 봉투에 빵을 담는 손놀림이 느리지만 정확하다.


계산을 하면서 아저씨에게 묻는다. "요즘 장사 잘 되세요?" 아저씨는 웃으신다. "그저 그래요. 예전만 못하지." 동네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생기고 나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저씨는 개의치 않으시는 것 같다. "그래도 단골들은 여전히 오니까."


나는 단골인가 싶어 생각해본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게 단골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저씨는 내 얼굴을 기억하신다. 지난주에 왔을 때도, 그 전주에 왔을 때도. "또 오셨네요"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게 좋다.


어느 토요일엔 비가 왔다. 우산도 없이 빵집에 갔다가 빗속을 뚫고 집에 돌아왔다. 종이봉투가 젖어서 빵이 눅눅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의 빵이 더 맛있었다. 왜일까. 아마도 그 빵에는 빗물과 함께 어떤 이야기가 스며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은 빵집에 갔는데 문이 닫혀 있을 때가 있다. 휴무일도 아닌데. 그럴 때면 걱정이 된다. 아저씨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다음 주에 가보면 다행히 문이 열려 있다. "지난주엔 좀 아파서요" 하시며 미안하다는 듯 웃으신다. 나는 괜찮다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드린다.


이 빵집도 언젠가는 문을 닫겠지. 아저씨도 나이가 있으시니까. 그럼 나는 어디서 토요일 아침 빵을 사게 될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가게 되겠지. 더 맛있는 빵, 더 예쁜 빵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색 종이봉투와 "또 오셨네요" 하시는 아저씨의 목소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간다. 토요일 아침, 동네 빵집으로. 식빵 하나, 소보루빵 두 개, 가끔은 크림빵 하나. 그게 전부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나는 빵을 사는 게 아니다. 시간을 산다. 천천히 흐르는, 따뜻한 시간을. 그리고 그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빵집 문을 나서며 뒤돌아본다. 아저씨는 다시 작은 의자에 앉으신다. 다음 손님을 기다리며. 나는 종이봉투를 꼭 안고 집으로 걷는다. 토요일 아침의 햇살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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