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이 끊긴 친구들

by 생각의정원

가끔 연락이 끊긴 친구들을 생각한다. 싸워서 멀어진 것도 아니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어느 날부터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그게 전부다.


금요일 저녁 퇴근 길, 걷다가 문득 대학 시절 친구가 떠올랐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마다 이 거리를 걸었다. 술을 마시고, 음악을 듣고,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는 이런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업 후 연락은 점점 뜸해졌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그다음에는 두 달에 한 번,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전혀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친구는 만들기보다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젊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안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의식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지.


서울 근처에서 산다는 것은 바쁘다는 뜻이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잠들고. 그 반복 속에서 연락 한 통 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메시지를 보내려다가 "나중에 해야지" 하고 미루다 보면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간다.


SNS를 열면 그 친구들의 근황을 볼 수 있다. 결혼한 친구도 있고, 이직한 친구도 있고, 아이가 생긴 친구도 있다. 그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 삶에 내가 없을 뿐이다.


이상한 것은 그게 슬프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어떤 관계는 그렇게 끝나는 게 맞는 것 같다. 억지로 붙잡지 않아도,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져도 괜찮은 관계들. 그것도 관계의 한 형태다.


목요일 밤, 사당역 앞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봤다. 10년 만이었다. 눈이 마주쳤지만 우리는 그냥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쳤다. 어색한 재회보다는 차라리 그게 나았다.


연락이 끊긴다는 것은 미움이 아니다. 무관심도 아니다. 그저 서로의 삶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지방 도시로 가고, 누군가는 서울에 남고, 누군가는 아예 서울을 떠난다.

그렇게 우리의 길은 갈라진다.


어쩌면 모든 관계에는 유효기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친구는 평생을 함께 가지만, 어떤 친구는 특정한 시간, 특정한 장소에서만 의미가 있다. 대학 시절의 친구, 첫 직장의 동료, 동네 친구. 그들은 그 시간 동안 중요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새벽에 혼자 집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한다. 지금 내 옆을 걷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연락이 끊길 것이다. 그것이 슬픈 일일까. 아니면 그냥 자연스러운 일일까.


답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 친구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홍대 골목을 걸을 때마다, 특정한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주잔을 기울일 때마다, 그들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연락이 끊겼을 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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