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를 떠나기 전날, 나는 마지막으로 그 카페에 갔다.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잘 모르겠다. 처음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거리의 소음, 사람들의 말소리, 지하철의 냄새.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은 일상이 되었다. 이제 떠나려니 오히려 서울이 낯설게 느껴질 것 같았다.
푸싱루 근처의 작은 카페. 나는 이 카페를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찾았다. 주인 아저씨는 중국어를 잘 못하는 나를 신기하게 봤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는 내가 아메리카노를 마신다는 것을, 설탕을 넣지 않는다는 것을,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도 나는 창가에 앉았다. 밖으로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지나갔다. 전동 스쿠터를 탄 배달원, 장을 보러 가는 아주머니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나도 저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이 도시의 일부였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귀국한다고 말했을 때, 그들은 축하한다고 했다. "드디어 집에 가는 거네." 하지만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딘가를 떠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상하이에서의 2년 반은 특별한 시간이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사는 것.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 지하철 노선도를 외우고, 단골 식당을 만들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것. 그 모든 것이 낯설지만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외로웠다. 밤에 혼자 숙소로 돌아갈 때면 가끔 서울이 그리웠다. 친구들이, 가족이, 익숙한 거리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외로움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카페 주인 아저씨가 커피를 가져왔다. 나는 중국어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谢谢."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운터로 돌아갔다. 우리는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짐을 싸면서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정리했다. 책 몇 권, 옷 몇 벌, 사진 몇 장. 2년 반의 삶이 캐리어 하나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물건은 많지 않았지만, 기억은 무거웠다.
상하이에서 만난 사람들을 생각한다. 회사 동료들, 중국어 선생님,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한국인 친구. 그들과의 인연은 계속될까. 아마 대부분은 연락이 끊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그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산을 하면서 주인 아저씨에게 말했다. "我明天回韩国了." 내일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그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웃으며 말했다. "一路平安." 좋은 여행 되라는 뜻이다.
카페 문을 나서며 뒤를 돌아봤다. 아저씨는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고 있었다. 삶은 계속된다. 내가 있든 없든.
푸싱루를 천천히 걸었다. 익숙한 거리였다. 자주 가던 식당, 편의점, 지하철 입구. 이 모든 것이 내일이면 과거가 된다. 사진 속의 풍경이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했다. 상하이는 나에게 무엇이었을까. 잠깐 머문 곳이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집이었을까. 답은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의 2년 반이 나를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서울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내가 변했고, 서울도 변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마지막 밤, 창밖으로 상하이의 불빛을 바라봤다. 이 도시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빛날 것이다. 다만 그 빛 속에 내가 없을 뿐이다.
떠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삶의 한 장이 끝나고, 새로운 장이 시작되는 것. 슬프지만 설레는 것. 두렵지만 필요한 것.
내일 나는 비행기를 탄다. 서울로. 집으로. 아니, 어쩌면 또 다른 낯선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