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려는 모든 이에게...
삼십 대 후반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을 때, 나는 그것이 얼마나 긴 여정인지 몰랐다. 스물다섯 살에 첫 직장을 옮길 때는 한 달이면 충분했다. 이력서를 몇 군데 보내고, 면접 몇 번 보고, 그렇게 다음 회사로 갔다. 간단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직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게 된다. 그것은 협상이 되고, 계산이 되고, 때로는 도박이 된다.
첫 번째 문제는 경력이다. 십오 년의 경력은 자산이면서 동시에 짐이다. 회사들은 경력직을 원하지만, 동시에 두려워한다. "이 사람이 우리 회사 문화에 맞을까?" "너무 자기 방식만 고집하지 않을까?" 신입사원처럼 유연하지도 않고, 임원처럼 확실한 가치를 증명할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
아는 지인 J는 마흔 초반에 이직했다. 준비 기간만 일 년이 걸렸다. "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내가 묻자 그가 쓴웃음을 지었다. "경력이 쌓일수록 맞는 자리가 적어지더라. 스무 살 때는 아무 데나 갈 수 있었는데, 삼십 대 후반이 넘으니 갈 수 있는 곳이 손에 꼽혀."
두 번째 문제는 돈이다. 스물 대에는 연봉이 조금 낮아도 괜찮았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십 대 후반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출이 있고, 가족이 있고, 아이 학원비가 있다. 연봉 협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리고 이직 과정 자체에도 비용이 든다. 면접을 보러 다니는 교통비, 스터디 카페 비용, 새로운 이력서를 만들기 위한 경력 컨설팅 비용.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돈은 계속 나간다. 그 사이 수입은 없다. 저축은 조금씩 줄어든다.
세 번째 문제는 시간이다. 신입 면접은 한두 번이면 끝난다. 하지만 경력직은 다르다. 서류 전형, 1차 면접, 2차 면접, 임원 면접, 때로는 과제까지. 한 회사를 보는 데만 한 달이 걸린다. 여러 회사를 동시에 보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기다림. 끝없는 기다림. "합격하셨습니다"라는 연락도 오래 걸리지만, "죄송합니다"라는 답변은 더 오래 걸린다. 어떤 회사는 아예 연락이 없다.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늙은 걸까?" "내 경력이 쓸모없는 걸까?"
강남역 근처 스타벅스에는 낮 시간에도 노트북을 펼쳐놓은 사람들이 많다. 이력서를 다듬고,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한다. 나도 그들 중 하나였다. 커피 한 잔으로 네 시간을 버티며, 채용 공고를 검색하던 사람.
가장 힘든 것은 불확실성이다. 이 길이 맞는지, 이 선택이 옳은지 알 수 없다. 스물 대에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면 됐다. 하지만 삼십 대 후반이 되면 한 번의 선택이 무겁다. 잘못 선택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우리는 이 길을 간다. 왜냐하면 더 이상 지금 회사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혹은 더 나은 곳이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혹은 그저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직의 길은 길다. 생각보다 훨씬 길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더 길어진다. 더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하고,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니까.
어제 마침내 합격 통보를 받았다. 지원한 지 넉 달 만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는 여섯 달이 됐다. 기뻤지만, 동시에 피곤했다.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 같은 기분.
새 회사는 다음 달 부터다. 다시 시작이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업무, 새로운 문화. 설렌다기보다는 조심스럽다. 이번에는 오래 다닐 수 있을까? 이번에는 맞는 선택일까?
모르겠다.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간다. 왜냐하면 멈출 수 없으니까. 왜냐하면 살아야 하니까.
이직의 길은 길다. 하지만 끝은 있다. 언젠가는 도착한다. 그것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