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다는 생각

by 생각의정원


가끔 나는 내가 약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서, 회의실에서, 혹은 밤늦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볼 때.


약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힘이 없다는 것? 용기가 없다는 것? 견딜 수 없다는 것? 아마 그 모든 것일 테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많은 것.


삼십 대가 되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예전보다 더 쉽게 지쳤다.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그랬다. 스무 살 때는 밤을 새우고도 다음 날 괜찮았는데, 이제는 수면이 부족하면 일주일이 힘들다.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사소한 말에도 상처받는다.


"나이 들면서 약해지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약해진 게 아니라, 약함을 인정하게 된 것이었다.


이십 대의 나는 강한 척했다. 아니, 강하다고 믿었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했고, 아파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십 대가 되니 알게 됐다. 그것은 강함이 아니라 무지였다는 것을. 내가 얼마나 약한지 아직 몰랐을 뿐이라는 것을.


서울 시청 근처 카페에서 우연히 대학 동기를 만났다. 십 년 만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가 말했다. "요즘 정신과 상담 받고 있어." 나는 놀라지 않았다. 대신 물었다. "어때?" 그가 웃었다. "생각보다 괜찮아. 약한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더라."


그 말이 오래 남았다. 약한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우리 사회는 강함을 숭배한다. 참고 견디고,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힘내", "포기하지 마", "넌 할 수 있어". 좋은 말들이다. 하지만 그 말들 사이에는 숨겨진 전제가 있다. 약해지면 안 된다는 것.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약함을 숨긴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하고, 아파도 웃는다. SNS에는 행복한 순간만 올린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뒤처질 것 같고, 실패할 것 같고,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아서.


하지만 약함은 나쁜 것이 아니다. 약함은 인간의 조건이다. 우리는 모두 약하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잘 숨기고, 어떤 사람은 드러낼 뿐이다.


며칠 전 어머니와 통화했다. 몸이 안 좋으시다고 하셨다. "병원 가보세요" 하고 말했더니,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괜찮아. 나이 들면 다 이런 거지 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머니도 약해지고 계셨다.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계셨다.


약하다는 것은 끝이 아니다. 그것은 시작일 수도 있다. 내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완벽한 척하지 않을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강한 사람은 약함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다. 강한 사람은 자신의 약함을 아는 사람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는 사람이다.


나는 약하다. 쉽게 지치고, 쉽게 무너지고, 쉽게 의심한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약함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까. 그것은 그저 내가 사람이라는 증거일 뿐이니까.


어쩌면 우리 모두 약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서로의 약함을 인정해주고, 때로는 기대어주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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