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밤

by 생각의정원

상하이에서의 삶은 언제나 밤과 함께 시작되는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저녁 여섯시쯤, 나는 난징동루 근처 작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블루마운틴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아메리카노다. 창밖으로 황푸강이 보이고, 강 건너편 푸동의 빌딩들이 하나둘 불을 켜기 시작한다. 마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기 전 악기들을 조율하는 것처럼.


상하이의 야경은 도쿄의 그것과는 다르다. 도쿄의 밤이 절제된 네온사인의 미학이라면, 상하이의 밤은 과장되고 화려하며 때로는 조금 천박하기까지 한 빛의 향연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그 솔직함이 좋다. 이 도시는 자신이 무엇인지 숨기려 하지 않는다.


일곱시가 되면 완전히 어둠이 내린다. 동방명주탑의 조명이 켜지고, 그 옆의 상하이타워와 진마오타워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이 빌딩들이 무엇을 증명하려는 것일까. 누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외탄의 산책로를 걷는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는다. 나는 혼자다. 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이상하게도 상하이의 밤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마도 이 도시 자체가 워낙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어서, 그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귓가에 속삭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물은 검고, 그 위로 건너편 빌딩들의 불빛이 일렁인다. 빨강, 파랑, 초록, 금색. 마치 인상파 화가의 팔레트 같다. 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낸다. 피우지는 않는다. 그냥 손에 쥐고 있을 뿐이다. 금연한 지 삼 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담배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진정된다.


어떤 밤에는 프랑스 조계지의 오래된 거리를 걷는다. 우퉁루, 푸싱루 같은 곳들. 그곳의 야경은 또 다르다. 플라타너스 가로수 사이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가로등 불빛.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의 창문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빛. 어디선가 들려오는 재즈 음악. 이곳의 밤은 좀 더 조용하고, 좀 더 사적이며, 좀 더 멜랑콜리하다.


나는 작은 바에 들어가 위스키를 주문한다. 바텐더는 말이 없다. 나도 말이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것이 이 도시의 예의 같은 것이다. 모두가 어디선가 와서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서로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나는 아파트로 돌아간다. 25층 창문으로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 여전히 깜빡이고 있다. 이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아니, 잠들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꿈을 품고 있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도시의 빛이 희미하게 방을 밝힌다. 내일도 나는 이 도시의 밤을 걷게 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상하이의 야경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언어이고, 하나의 이야기이며, 하나의 약속이다. 내일도 여기 있을 거라는. 그리고 나도 여기 있을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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