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

by 생각의정원

예전에는 매일 아침 여섯시 삼십분에 러닝화 끈을 묶었다.

삼 년 하고도 사 개월 동안. 지금은 뛰지 않는다. 그만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렇게 오래 계속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살이 찐 것 같아서, 건강검진 결과가 신경 쓰여서, 그런 평범한 이유들로 시작했다. 첫 일주일은 다리가 아팠고, 이주일째에는 무릎이 아팠다. 한 달쯤 지나자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했다. 왜냐하면 그만두는 것이 더 귀찮았기 때문이다. 러닝화를 샀고, 운동복을 샀고, 주변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해버렸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이상하게도 계속하게 되어 있다.


그때는 진짜로 습관이 됐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뛰지 않으면 하루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날, 무릎이 아파서 일주일을 쉬었다. 그리고 그 일주일이 이주일이 됐고, 한 달이 됐다. 지금은 육 개월째 뛰지 않고 있다.


꾸준함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약하다. 아니, 정확히는 영원하지 않다.


일기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했다. 대학교 이학년 때였다. 처음에는 거창한 문장들을 썼다. 인생에 대한 성찰이니, 존재의 의미니 하는 것들. 지금 읽어보면 민망할 정도로 유치하다. 하지만 그것도 과정이었다.


지금의 일기는 대부분 단순하다. "오늘 비가 왔다. 점심은 된장찌개를 먹었다. 저녁에 K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런 식이다. 하지만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 단순한 문장들이 그날의 공기를, 그날의 기분을, 그날의 온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떤 날은 쓸 게 없어서 "오늘은 쓸 게 없다"라고만 쓴다. 그것도 괜찮다. 중요한 건 매일 노트를 펼친다는 것, 펜을 든다는 것, 날짜를 적는다는 것이다. 내용은 그다음 문제다.


책 읽기는 가장 최근에 시작한 습관이다. 이 년 전쯤, 한 달에 한 권씩 읽기로 결심했다. 거창한 목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칠십페이지 정도만 읽으면 되는데도 자꾸 미루게 됐다.


그래서 규칙을 바꿨다. 매일 저녁 자기 전 십오 분만 읽기로 했다. 십오 분은 너무 짧아서 부담이 없었다. 어떤 날은 십 페이지를 읽었고, 어떤 날은 세 페이지밖에 읽지 못했다. 하지만 매일 책을 펼쳤다. 그렇게 이 년이 지났고, 나는 스물네 권의 책을 읽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있다.


꾸준함이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매일 조금씩, 별로 대단하지 않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어느 순간 자신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이다.


꾸준함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어떤 것은 계속되고, 어떤 것은 끊어진다. 달리기는 끊어졌지만, 일기는 계속됐다. 독서는 계속됐지만, 기타는 석 달 만에 그만뒀다.


중요한 건 무엇을 계속하느냐가 아니라, 끊어진 것 때문에 자책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요즘 나는 다시 산책을 시작했다.

달리기는 아니다.

그냥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걷는다.

매일은 아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꾸준함은 완벽함이 아니다.

넘어지고,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것.

그 과정 자체가 꾸준함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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