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피베리에 대하여

by 생각의정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피베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동네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오늘은 탄자니아 피베리가 있는데 한번 드셔보시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사실 그게 뭔지 전혀 몰랐다.


피베리. 영어로는 Peaberry. 완두콩 같은 원두라는 뜻이다.


보통 커피 체리 안에는 두 개의 씨앗이 서로 마주 보며 들어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이 작은 방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그래서 일반적인 커피 원두는 한쪽 면이 평평하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체리 안에 씨앗이 하나만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씨앗은 둥글고 완전한 형태로 자란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자란 아이처럼.


전체 커피 수확량의 5퍼센트 정도가 피베리라고 한다. 드문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특별하게 여긴다. 손으로 일일이 골라내서 따로 판매하기도 한다.


맛이 더 좋을까? 글쎄, 그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어떤 이들은 피베리가 더 집중되고 강렬한 맛을 낸다고 말한다. 둥근 모양 때문에 로스팅할 때 열을 더 균일하게 받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다. 피베리라는 이름을 알고 마시는 커피와 모르고 마시는 커피는 분명 다른 맛일 것이다.


중요한 건 맛보다도 그 존재 자체일지 모른다. 수천 개의 체리 중에서 홀로 자란 원두. 쌍둥이가 되지 못한 외톨이.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존재.


나는 가끔 피베리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우리 중 누구도 똑같지 않다는 것. 어떤 이는 쌍을 이루어 자라고, 어떤 이는 홀로 둥글게 자란다. 그리고 둘 다 괜찮은 일이라는 것.


오늘 아침에도 나는 피베리 한 잔을 내렸다. 케냐산이었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팟캐스트를 하나 틀어두었다. 그리고 나는 둥근 원두 하나가 어떻게 이 컵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아프리카의 높은 고산지대에서, 누군가의 손으로 조심스럽게 골라져서, 바다를 건너, 로스터를 거쳐, 마침내 이 컵 안에서 물과 만나기까지.


커피를 마신다는 건 결국 그런 것이다. 작은 기적들의 연속을 마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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