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겹 데니쉬 빵

by 생각의정원

동업자를 처음 만난 날, 그분이 작업대에 분필로 숫자를 하나 적었다.

"88"


"우리가 만들 데니쉬의 층 수입니다."


나는 그 숫자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중국에서는 8이 행운의 숫자 아닌가. 그것도 두 개나. 내가 2년간 머물렀던 상하이의 거리에는 88이라는 숫자가 도처에 있었다. 건물 번호, 전화번호, 가격표. 사람들은 8을 사랑했고, 88은 두 배로 사랑했다.


"완벽하네요." 내가 말했다.


"그렇죠?" 그분이 웃었다. "중국에서 오래 계셨다며? 그럼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아시겠네요."


중국에서 돌아온 건 석 달 전이었다. 20대 후반, F&B 사업을 맡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나는 상하이 푸동 공항에 있었다. 그리고 함께 일할 동업자를 소개받았다. 20년 경력의 데니쉬 장인. 그분은 기술을, 나는 사업을 맡기로 했다.


"처음부터 같이 배우는 게 좋겠어요." 그분이 말했다. "어차피 함께 만들 거니까."


데니쉬를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반죽을 밀어 펴고, 버터를 올리고, 접는다. 삼단 접기를 네 번 반복하면 3×3×3×3, 81겹.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한 번을 더하기로 했다. "마지막에 반으로 한 번 더 접으면 88이 돼요." 그분이 설명했다.


"이거 중국 시장 노린 거죠?" 내가 웃으며 물었다.


"당연하죠." 그분도 웃었다. "당신이 연결고리니까요."


중국에서 배운 건 숫자에 대한 감각이었다. 4는 피하고, 8은 선호하고, 6은 순조롭고. 처음엔 미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년을 살다 보니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믿는 것은 결국 현실이 된다는 것을. 88층짜리 빌딩이 더 비싸게 팔리고, 888위안짜리 메뉴가 더 잘 팔린다. 믿음이 가치를 만든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공방에 간다. 나와 동업자, 둘이서 반죽을 치댄다. 그분이 밀면 내가 접고, 내가 밀면 그분이 버터를 올린다. 30분을 기다렸다가 다시 꺼낸다. 밀어 펴고, 접고, 또 기다린다.


"창업이 이런 거예요." 그분이 어느 날 말했다. "혼자서는 못 해요. 누군가는 밀고, 누군가는 접어야 하죠."


온도가 다르고, 습도가 다르고, 버터의 상태가 다르다. 똑같은 레시피, 똑같은 손놀림이지만 결과는 늘 조금씩 다르다. 중국에서 배운 또 다른 것이 이것이었다.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 중요한 건 매일 나타나서 최선을 다하는 것.


오늘 아침, 우리는 처음으로 제대로 된 데니쉬를 완성했다. 오븐에서 꺼낸 빵을 반으로 찢었을 때, 88개의 층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벌어졌다. 황금빛 버터가 빛났고, 공기 방울들이 규칙적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동업자가 그 빵을 보더니 내게 건넸다. "첫 번째는 당신이 먹어요."


나는 그 빵을 한 입 베어 물면서 생각했다. 20대 후반, 중국에서 돌아와 갑자기 F&B 창업을 하게 되고, 20년 경력의 장인과 동업하게 되고, 새벽에 일어나 함께 빵을 만들고 있는 이 상황이 기적 같았다.

하지만 88겹의 층이 말해주는 건 분명하다.


한 번 한 번의 접기가 모여서 완성이 된다는 것. 혼자서는 만들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좋은 파트너와 좋은 숫자가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것.


냉장고 문을 열고 닫으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상하이의 88층 빌딩에서 내려다보던 풍경과, 지금 우리 손 안의 88겹 데니쉬가 묘하게 연결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함께 이 빵으로 가게를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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