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이방인

회사 생활이 다 그런 거에요.

by 생각의정원


새 회사 첫날, 나는 사무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60명쯤 되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전화를 받고, 웃고 있었다. 모두가 자기 자리를 알고 있었다. 나만 빼고.


"여기 앉으시면 돼요." 인사팀 직원이 말했다.


나는 앉았다. 그리고 모니터를 켰다. 빈 화면이 나를 바라봤다.


회사 적응이라는 건 묘한 일이다. 첫날은 모든 게 낯설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점심은 어디서 먹는지, 복사기는 어떻게 쓰는지. 사소한 것들이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정작 어려운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진짜 어려운 건 보이지 않는 규칙들이었다.


예를 들어, 회의 중에 언제 말을 해야 하는지. 점심 식사는 혼자 먹는 게 자연스러운지, 아니면 누군가를 따라가야 하는지. 퇴근 시간이 6시인데 아무도 6시에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 이메일의 적절한 톤은 뭔지. 커피를 타러 갈 때 옆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 그냥 알아야 하는 것들.


나는 처음 2주 동안 관찰자가 되었다. 말을 최소화하고, 눈으로 배웠다. 누가 영향력이 있는지. 누가 농담을 잘 받아주는지. 점심시간이 정확히 몇 시인지는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12시 15분쯤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 회의에서 팀장이 "의견 있으신 분?" 이라고 물었을 때 3초 이상 침묵이 흐르면 그건 진짜 의견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것.


한 달쯤 지났을 때, 선배 한 명이 물었다. "적응 좀 됐어요?"


"네." 나는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여전히 이방인 같았다. 사람들이 농담을 할 때 나만 0.5초 늦게 웃었다. 맥락을 모르는 이야기가 회의 중에 튀어나올 때가 있었다. "아, 작년 워크숍 때 그랬잖아요." 모두가 웃었다. 나는 웃지 못했다. 나는 거기 없었으니까.


적응이란 결국 그런 것이었다. 역사에 편입되는 일. 3개월 전의 일을 아는 것. 누가 누구랑 사이가 안 좋은지 아는 것.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했고 왜 그 이야기는 꺼내면 안 되는지 아는 것.


하지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50일쯤 지났을 때, 신입사원이 한 명 들어왔다. 그는 나에게 물었다. "화장실이 어디예요?"


나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설명해줬다.


그날 저녁, 나는 깨달았다. 나도 이제 이곳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100일째 되는 날, 회의 중에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말했다. 나는 손을 들었다. "죄송한데요, 그건 A가 아니라 B인 것 같은데요." 모두가 나를 봤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감사합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제 나는 관찰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회사 적응에 대해 내가 배운 것들은 이렇다.


첫째, 적응은 어느 날 갑자기 되는 게 아니다. 작은 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화장실 위치를 아는 것. 커피머신 사용법을 아는 것. 누군가의 농담에 자연스럽게 웃는 것.


둘째,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건 정상이다. 2주, 한 달, 두 달 동안. 그건 당신의 문제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다.


셋째, 너무 빨리 적응하려고 하지 마라. 억지로 웃지 마라.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마라.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넷째, 당신도 언젠가는 신입사원에게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사람이 된다. 그때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아, 나도 이제 여기 사람이구나.


오늘은 입사한 지 6개월째 되는 날이다. 점심시간에 후배가 물었다. "저기, 복사기 어떻게 쓰는지 아세요?"


나는 일어나서 보여줬다. 그리고 웃었다.


6개월 전의 나는, 지금의 나를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복사를 하고, 농담에 적절히 반응하고, 회의에서 발언하고, 퇴근길에 동료와 맥주를 마시는 나를.


적응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당신은 이미 그곳의 일부가 되어 있다.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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